대입 본고사 부활하나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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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대학입시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본고사 부활여부’다. 본고사가 정말 부활하는 건지, 부활한다면 출제경향은 어떠한지, 이 모든 것이 예비수험생들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 문흥안(건국대 입학처장) 회장을 만나 그 해답을 들어봤다.

2010학년도 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수시Ⅰ 모집을 폐지하고, 수시Ⅱ와 정시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시(9월~12월 초)는 대학별 통합교과형 논술, 정시(12월 중순~2월 말)는 수능위주의 전형을 진행하게 된다. 정시는 수능이라는 학력잣대가 있지만, 논술은 객관적 평가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2010학년도부터는 대학별 논술고사에 약간의 변화를 줄 예정이다.”

- 본고사가 부활된다는 게 사실인가.
“본고사라는 말을 쓰는 건 적절치 않다. 본고사는 과목별 심화지식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기존에 실시하던 통합교과형 논술을 심화·변형한다는 표현이 맞다. 기존 논술이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2010학년도부터는 교과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지 구체적 답안을 요구하는 형식으로 바꿀 생각이다.”

- 수험생의 지식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맞다. 현재의 논술고사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답이 없다보니 대학에서도 채점 변별력을 갖기 어려웠다. 특히 인문계의 경우 언어·사회를 통합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논술=뜬구름 잡기식 글쓰기’로 여기는 빌미(?)를 제공했다. 고교 시절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일정 부분 해답이 정해진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학생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했다.”

- 출제경향은 어떤 식으로 바뀌나.
“인문계에서 출제경향 변화가 뚜렷할 것 으로 본다. 인문계의 경우 수능에서 공통수학이 시험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Ⅰ은 공통수학을 몰라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당수 수험생이 공통수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해 인문계 논술고사에서 공통수학과 관련된 수리사고력 문제를 출제할 방침이다.”

- 요약형·비판형 등의 기존 문제틀에도 변화가 있나.
“좀더 구체적인 문제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 제시문의 입장에서 (나) 제시문을 비판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 제시문에서 말하려고 하는 주제와 시사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을 계획이다. 사전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

- 구체적인 예시를 든다면.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제시문에 나온다면 이 글을 읽고, 수험생은 ‘양극화’라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국민소득수준을 엥겔지수와 연결시켜 수학공식을 활용, 국민소득수준을 풀어낼 수 있는지까지를 평가할 수있다. 언어·사회는 물론 경제와 통계지식까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영어지문의 출제여부는.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영어지문 출제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수험생들의 실력(영어 독해능력)을 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단, 고교 교과 수준을 뛰어넘는 영어단어는 출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 자연계 논술에서의 변화는.
“자연계 문제유형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수학과 과학 전영역을 고루통합한 문제들을 출제할 예정이다. 대신 자연계도 교과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좀더 심도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 난이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대학별로 고교교사를 초빙해 난이도 점검을 받는다. 학생들이 풀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걸러낸다. 고난도 문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 쉬운 문제를 풀 때도 깊이있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다.”

-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준비 방법은.
“교과지식을 충분히 쌓되 ‘논술’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교과지식 암기만으로 풀 수 없다는 얘기다. 과목간 연계를 생각해 개별과목을 학습할 때도 다른 과목과 연결된 부분을 염두에 두고 통합학습하는 습관을 들여라. 가장 좋은 건 친구들과 토론식 수업을 하는 것이다. 자 신이 알고 있는 부분을 다른 학생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습득 뿐 아니라 논술준비까지 겸비할 수 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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