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신사는‘위트’를 입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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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15면

패턴 양말이 구두와 만났을 때
해마다 열리는 파리 컬렉션 패션쇼장은 트렌드를 선보이는 동시에 내로라하는 스타일 가이들의 각축장이다. 지난해 파리 컬렉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는 이들의 ‘롤업’ 스타일이었다. 네이비 슈트에 화이트 스니커즈를 신고 네이비와 레드가 믹스된 스트라이프 패턴 양말을 매치한 남자, 체크 재킷과 브라운 카디건에 브라운 로퍼, 그리고 영국풍 아가일 패턴이 멋스럽게 새겨진 브라운 양말을 신은 노신사까지… 눈앞에 펼쳐진 각양각색의 양말 컬렉션에 놀라움과 동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들의 매력적 스타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연스러운 매치와 함께 팬츠와 구두 사이의 숨겨진 공간에도 세련된 감각을 더하는 세심함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남자는 블랙 양말과 그레이 양말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자유로운 스타일링이 허용되는 캐주얼 룩에도 옷차림에 치중하면서 양말은 항상 똑같은 블랙 양말을 고수한다. 평범한 스타일에 고민하고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며, 거창한 스타일에 관심을 두기보다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에 눈길을 돌려 보라.

블레이저가 골드 버튼을 만났을 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던 광고 카피, 기억하시나? 하나를 입어도 폼 나게 입고 싶다면 사소한 디테일을 눈여겨보라. 한 단계 앞선 스타일이란 이처럼 간단하다. 마티니에 올리브 열매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던가? 네이비 블레이저에 금색 단추도 마찬가지다. 만약 네이비 블레이저에 평범한 자개단추나 같은 컬러의 단추가 달렸다면 그만큼 심심하고 지루한 것도 없을 것이다.

금장 단추 하나가 몰고 오는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는 얘기다. 머린 룩을 대표하는 아이템답게 네이비 블레이저를 꾸며 주는 금장 단추엔 닻 모티브나 해군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간 이 블레이저의 소매 단에는 네이비·화이트·레드 3색이 조화를 이룬 스트라이프 디테일이 더해졌다. 깔끔한 옥스퍼드 셔츠 소매 위로 삼색 스트라이프가 보이고, 골드 버튼이 반짝 빛난다면 네이비 블레이저 룩의 군계일학이 되는 건 시간문제인 셈이다.


국내 최초 30대 남자를 위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루엘’패션팀이 남자의 옷 입기에 관한 다양한 테크닉과 법칙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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