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곳곳서 마찰 - 코카콜라.암웨이등 국내업체와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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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국적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제조회사.소비자단체등과 도처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히 외제품이 늘어난다는 차원이 아니라,다단계판매,국내대리점의 영업방식,생산체계등 다국적기업들의 유통 및 경영방식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초점이 맞춰지고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아울러 여기에는 국내기업측의 항

의집회,대책기구 발족,비교실험에 따른 진위문제와 양측의 치열한 성명전까지 얽혀 있다.

◇코카콜라 분쟁=대구의 범양식품 직원 7백여명이 17일 오후2시 서울 광화문에서 코카콜라의 영업권탈취를 저지하겠다는 집회를 가졌다.범양식품은 코카콜라사와 영업권 인수문제를 놓고 현재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이 회사'코카콜라 합병반

대투쟁위원회'최종직 위원장은“코카콜라사가 20여년간 몸담아 온 우리들의 직장을 헐값에 탈취하려 해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코카콜라사가 콜라원액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범시민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사는 한국에서의 영업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범양식품(코카콜라 대구.경북.충청지역 보틀러회사)의 영업권과 신탄진공장등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인수협상이 결렬되자 계약만료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원액공급을 중단해 왔다.

〈본지 4월13일자 9면 참조〉

한편 코카콜라사 한국현지법인(CCKBC)은 범양식품 직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계약만료후 원액공급 중단은 하자가 없다”며 “범양식품이 코카콜라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전직원이 그대로 코카콜라사의 직원으로 근무하게 될 것”이라

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방세제 논쟁=소비자보호단체와 국내기업들은 다국적 다단계판매사인 암웨이의'디쉬드랍스'제품을 상대로 다단계판매 방식,암웨이 판매자들의 비교실험,수질오염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암웨이측은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현재 소비자보호단체와 국내기업들이,수익의 70%를 국내에 재투자하고 고용창출 기회를 확대한 본사의 경영방식을 왜곡해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관련문제에 대해 국내기업등과 협의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할 의사는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사업권보호 차원에서 법적 대응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소비자보호원은 지난 2월 주방세제 공개실험을 통해 암웨이제품이 국내 유명제품과 비교할 때 세척력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으며,국내기업들의 모임인 비누세제공업협동조합도 “암웨이제품 판매원들이 현장실험에서 속임수

를 써 왔고 다단계판매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빚었다”며 암웨이 공격활동을 벌여 왔다.

현재는 소비자보호단체를 중심으로'다단계판매 암웨이제품 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돼 암웨이의 주장을 반박하는 활동과 피해사례 접수에 나서는 한편,95년 다단계판매를 합법화한'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이“미국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며 법개정

청원운동에도 착수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외제화장품 문제=외제화장품 문제는 지난 2월말 화장품공업협회 산하에 홍보위원회(위원장 김덕록 나드리화장품사장)가 결성돼 대대적인 화장품실상 알리기 운동에 나서면서 불거진 상태.홍보위원회는 현재까지'국내화장품 바로알리기'차원에서

일단 국산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 개선작업에 주력해 온 상태.그러나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홍보위원회는 “앞으로 국내화장품과 외국화장품의 비교실험을 통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라며“현재 외제화장품중에서도 암웨이.뉴스킨등 다

단계판매 화장품의 시장잠식이 급속히 커지고 있어,이에 따른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국제적 통상관계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의 공격적 대응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혜련.이효준 기자〉

<사진설명>

코카콜라 국내 제조.판매업체중 하나인 범양식품 노동조합원 7백여명이 17일

서울 광화문빌딩 앞에서 코카콜라사의 조속한 콜라원액 공급과 영업권 및

자산의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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