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인·주소 있어야 유언장 효력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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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자의 날인(捺印·도장을 찍는 일)과 자필 주소가 있어야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백모씨의 할아버지는 “모든 재산을 손자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남기고 2006년 사망했다. 그러나 재산은 손자 백씨가 아니라 법정 상속인인 다른 친척들에게 상속됐다. “유언 증서에 할아버지가 작성했다고 볼 수 있는 날인과 자필 주소가 없다”는 이유였다.

백씨는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소송을 냈지만 1, 2심에서 모두 졌다. 유언장의 효력 요건을 규정한 민법 조항 때문이었다. 백씨의 조부가 쓴 유언장에는 민법이 요구하는 날인과 자필로 쓴 주소가 기재되지 않았던 것이다. 백씨는 헌법재판소에 “날인 등의 규정이 유언자의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유언자의 날인은 사망 후 진의를 확인하고 상속 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간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며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주소를 자필로 적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언자가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 요건으로 보인다”고 합헌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5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동흡·송두환 재판관은 “날인 요건은 동명이인을 구분하는 등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주소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유언을 무효로 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종대 재판관은 날인과 주소 요건 모두에 대해 위헌 입장을 밝혔다. “유언장의 전문과 성명을 유언자가 쓴 것만으로도 유언자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므로 날인과 주소 기재 모두 중복적인 요건”이라는 취지다.

김승현 기자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 요건=민법 1066조 1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스스로 쓰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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