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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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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62년. 미국의 조그만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Avis)가 야심 찬 슬로건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합니다(We Are No.2. We try harder)’.

이 광고는 신화적인 성공을 거뒀다. 말이 좋아 2위지 당시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던 허츠(Hertz)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던 에이비스는 이 광고 연작의 성공에 힘입어 그 한 해에만 5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금도 업계 1위는 아니지만 2007년 말 현재 자산 규모가 69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넘버2 마케팅’이란 말은 온갖 광고 교과서에 실렸다.

‘누구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에이비스의 전략이 성공한 이유는 뭘까. 넘버2 마케팅의 핵심 공격 대상은 자신보다 앞선 1등이 아니다. 자신과 엇비슷한 3등, 4등, 5등들이다. 당시 에이비스의 넘버2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마치 에이비스와 허츠가 렌터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고, 의도대로 에이비스는 고만고만했던 동급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1위를 위협할 수 있는 라이벌로 성장했다.

이런 속뜻을 파악하지 못하면 넘버2 마케팅은 별 의미가 없다. 국내에서도 스스로를 2위로 내세우는 보험사 광고, 라면 광고 등이 있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외형만 흉내 냈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몸소 실천해 성공하고 있는 연예인이 있다. 바로 강호동이다.

한국갤럽이 매 연말 실시하는 ‘올해의 연예인’ 설문조사에서 유재석은 2008년에도 49.9%의 지지로 4년 연속 최고 개그맨으로 꼽혔다. 강호동은 37.7%로 2위. 그런데 강호동은 지난 한 해 내내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 최고 MC는 유재석”이라고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28일 KBS 연예대상을 받고도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겠니”라는 소감을 남겼을 정도다.

강호동은 2008년 3대 지상파TV 중 KBS와 MBC의 연말 연예대상을 거머쥐었고, 유재석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됐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최고가 아님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보여주며 특유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순화시키는 효과까지 누렸으니 2008년 연예계의 진정한 승자는 그가 아닐까.

송원섭 JES 엔터테인먼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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