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 안 묻히려는 김형오 의장 … 우리가 잘못 뽑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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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전쟁의 ‘최종 담판’이 무산된 2일 한나라당에선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오후 6시에 열린 의총에서 특히 봇물을 이뤘다. 김 의장이 직권 상정과 본회의장 질서유지에 대한 결단을 전혀 못 내리고 좌고우면한 탓에 당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불만이 분출했다. 한나라당·민주당·‘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인 홍준표·원혜영·권선택 3인이 마련한 가 합의안이, 당의 ‘85개 법안의 연내 처리’란 당초 입장에 크게 미흡한 판단도 작용했다. <표 참조>

첫 발언자인 권경석 의원부터 “(의장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면 집토끼(한나라당)라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그간 김 의장의 결단을 기다리며 자제해 왔던 질타가 터져 나왔다. 손범규·임동규 의원은 의장 불신임을 거론했다.

▶손범규=“피 한 방울 묻히지 않으려는 의장을 압박하면서 법안도 처리해야 한다.”

▶임동규=“의장이 이미지만 염두에 둬 점거 사태에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직무 유기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2일 국회의장실에 출근해 집무실 의자에 앉아 있다. 그의 의장실 출근은 보름 만이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개정 등에 반대해 지난해 12월 18일 국회의장실을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그는 의장실을 떠나 국회 밖을 맴돌았다. [연합뉴스]

▶손숙미=“친척들 만나니 김 의장에 대해 서운함을 표하더라. 너무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조해진=“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의장을 잘못 뽑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민주당 태도를 보면 협의 처리도 안 하려고 할 거다. 10여 년간 구축한 자기 편 언론의 진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3월 이후 세력을 정비해 5년 내라도 정권을 뒤집으려고 할 거다.”

▶이화수=“촛불이 왜 일어났느냐. MBC다. 어렵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 무법천지다.”

▶차명진=“이명박 개혁법은 대한민국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시급한 법안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 어떤 난관도 불사해야 한다. 그런데도 의장은 직권 상정을 안 하겠다고 발뺌하고 있다.”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를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가 합의안에서) 제일 중요한 미디어 법안이 연기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여야 합의가 헌법 위에 군림하고 국회가 무법천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본철 의원도 “DJ(김대중) 정부가 벤처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창조의 꿈을 줬다면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 장벽을 허물고 돈이 들어오는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꿈을 줘야 한다”며 “이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장기전을 준비하고 그사이에 국민을 설득하자”(현경병 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앞서 홍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이게 무슨 질서유지권 발동이냐. 사정 사정해서 자기 방(의장 집무실) 하나 찾았는데”라고 김 의장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어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 결단을 내릴 때 주저하게 되면 반드시 화를 초래하게 된다)’이란 문구를 썼다.

홍 대표는 “이제 장기전으로 가겠다”며 “울지 않는 새를 죽이는 오다 노부나가 식이 아닌,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애·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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