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토당토않은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 수여하고 싶은 상은

중앙일보

입력 2009.01.03 13:59

업데이트 2009.01.04 07:26

중앙SUNDAY
욕하면서도 꼬박꼬박 보는 건 막장 드라마만이 아니다. 연말 방송사들의 시상식도 그렇다. 볼 때마다 한 사람이 저렇게 상을 많이 받는 시상식이 어디 있으며, 틈만 나면 공동 수상을 남발하는 시상식이 어디 있으며, 상 탈 사람들만 100%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 박수 쳐 주는 시상식이 어디 있느냐며 투덜댄다. 그러면서도 마치 그걸 안 보면 한 해가 가지 않기라도 하듯 TV 앞을 떠날 줄 모른다. 우선은 스타들의 떨림과 행복 같은 감정들을 나누며 기뻐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사실 그것 말고는 연말 밤 10시대에 볼 프로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 3사의 2008년도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시상식이 올해도 역시 비난과 함께 막을 내렸다. 상을 놓고 논란이 있다는 건 그래도 상의 권위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점점 짝사랑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간부는 대놓고 "연말 시상식은 순수한 연기 시상식이 아니라 방송사의 스타에 대한 논공행상의 자리"라 했다 한다. 그러니 이렇게 연말 시상식에 나만의 시상으로 비꼬기나 할 도리밖에.

◇과감하고 혁신적인 원 플러스 원 상

MBC 연기대상이 차지했다. 분야마다 한 명의 수상자로는 아쉬워 이 각박한 세상의 시청자들에게 원 플러스 원의 훈훈함을 안겨줬다. 23년 연기대상 역사상 처음으로 대상까지 김명민과 송승헌이 함께 수상했다. ‘에덴의 동쪽’은 무려 14개 부문에서 공동 수상했으니 이 드라마의 감독, “주여 제가 정녕 이 드라마를 만들었나이까”라 하지 않았을까. 수상자만 원 플러스 원일 뿐 아니라 이 시상식, 전체적으로 ‘에덴의 동쪽 자체 시상식 플러스 기타 드라마 시상식’의 원 플러스 원의 구조를 자랑했다.

◇겉으로는 싱글, 알고 보면 더블 상

각종 드라마를 뚜렷한 구분도 없이 나눠서 시상한 KBS와 SBS의 연기대상. 도대체 ‘일일 연속극’ 부문과 ‘주말 연속극’ ‘특집 기획드라마’를 구분해 수상자를 내야 하는 이유를 아시는 분 계신지. ‘사극’이나 ‘코믹 드라마’ 같은 장르로 나눈다면 그나마 이해하겠는데 말이다. 그렇게 수상자를 쏟아 놓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또 각 부문에서 공동 수상자를 낸다. ‘여자 연기 우수상’ 받는 사람만 다섯 명 정도 되는 셈이다.

◇기발 참신 억지 듣보잡 상

일반 연기상과 ‘황금 연기상’을 나눠 놓고 ‘가족상’ ‘중견배우상’ 등의 모호한 상을 안긴 MBC 연기대상과 ‘10대 스타상’ ‘뉴스타상’ ‘베스트 커플(여-여 커플로)’ 등으로 나온 연기자들에게 꼭꼭 두 개 이상씩 상을 안겨준 SBS 연기대상. ‘베스트 브랜드상’ ‘베스트 스타상’ ‘베스트 엔터네이너 상’ 등 듣보잡 상을 남발한 MBC 연예대상이 받을 만하다. 상 인심이 하도 후하다 보니 우정상을 받은 조형기나 조혜련은 상 받고도 황당해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그래도 최우수 작품상

어수선한 시상식 중에서도 가장 빛나 보이는 시상식은 KBS 연예대상이었다. 이 시상식은 논란이 됐던 MBC 연예대상의 대상과는 달리 대상 수상자(강호동)도 적절했고 무엇보다 중복 수상자를 남발하지 않았다. 어느 해보다 KBS의 코미디가 빛을 발한 한 해였음에도 말이다. 덕분에 시상식 중 유일하게 후보자 소개와 시상자 발표 사이의 긴장감과 탈락한 후보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윤정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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