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김현철.정보근 綠 캐기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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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 한보청문회에서는 문민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보그룹이 김현철(金賢哲)씨등 청와대 실세를 팔고 다녔으며 문민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한보가'일 낼'회사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초동 대응에 실패한 것이 오늘날 한보-김현철게이트로 연결됐다는 것이 야당의원들의 지적이었다.

정보근(鄭譜根)회장은“93년 8월께 김무성(金武星)당시 사정비서관(현 신한국당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鄭회장이) 영식(令息)을 만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밑의 직원이 그러는지 모르지만 말썽이 많으니 그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라'고 경고해'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대해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의원은 서석재(徐錫宰)의원 계보로 알려진 박대근(朴大根)상무가 93년 6월 한보의 홍보이사로 기용된 이후'한보-청와대 유착설'이 파다하자 민정수석실이 경찰청 특수수사대를 동원해 자금조사까지 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홍인길(洪仁吉)총무수석이'선거때 도움을 받았는데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말려 내사가 중단됐다”는 것.

이처럼 14일 청문회는 鄭회장과 현철씨와의 유착관계를 파헤치는데 의원들 추궁이 집중됐다.

鄭씨와의 친분을 밝혀 대출외압등 한보비리의'몸통'이 현철씨임을 연결해 보려는 파상공세였다.

이사철(李思哲.신한국)의원은“현철씨를 처음 본 적이 언제냐”고 물어“현철씨의 경복고 선배로 청와대 민원실에 근무하는 분의 소개로 94년 만났다”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김원길의원이“청와대 오세천(吳世千)비서관 아니냐”고 적시하자 鄭씨는 머뭇거리다“그렇다”고 끄덕였다.

현철씨는 그간 96년 고대 동문모임에서 그를 스치듯 만나 악수를 했다고만 해왔다.현철씨와의 오랜 연계고리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鄭씨는 그러나 당시“사업 얘기는 없었고 아이들.학창시절 얘기만 했다”며 현철씨의 한보연루는 철저히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여당의원이 야당보다 강도높게 鄭씨와 현철씨 관계를 추궁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여권 일각에서는“민주계 핵심을 희생양으로 현철씨를 살려보려는데 대한 못박기식 반격”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현철씨 관련 질의에 초점을 맞춘 의원들이 대부분 경복고 출신의 친(親)김덕룡의원계여서 이런 설을 낳은 것이다.

한보철강 특혜대출이 집중됐던 96년까지의 현철씨 관련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수(李相洙.국민회의)의원은“96년초 당진에 현철씨가 내려올 당시 경호실 협조요청으로 당진경찰서 경관이 두차례나 경호했으며 현철씨가 도중 평삼면사무실 화장실에 들른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鄭씨는 물론“절대 온적이 없다”고 했다.

李의원은“지난해 쉐라톤 워커힐호텔에 鄭씨가 10여차례 갔다”며 鄭씨가 직접 사인한 그해 8월 영수증을 들이밀어“안갔다”는 鄭씨의'위증'을 뒤엎었다.

鄭씨는“현철씨를 거기서 만난 것아니냐”는 후속 추궁에는“가족들과 간 것같다”며 명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鄭씨가 회원으로 있고 재계 2세의 소위'황태자그룹'으로 알려진 경영연구회안에서의 교류여부도 초점이었다.

이국헌(李國憲.신한국).이상수의원등은“현철씨가 회원이냐”“연구회에서 현철씨를 몇번 만났느냐”고 추궁을 이어갔다.그러나 鄭씨는“회원이 아닌 걸로 알고 있고 거기서 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현철씨 최측근인 박태중(朴泰重)씨와도“얼굴도 모른다”며 96년 3월 릿츠 칼튼호텔 헬스회원권을 구입,의도적으로 헬스회원이었던 朴씨에게 접근치 않았느냐는 의혹제기에 발뺌으로 시종했다.

진실규명은 결국 25일 김현철 청문회로 미뤄졌다. 〈최훈.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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