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석유.천연가스 미국.러시아 개발 주도권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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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1년 옛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등 5개 공화국이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당초 이 지역에서 가장 넓은 영토와 석유 매장량을 가진 카자흐스탄을 제휴상대로 봤으나 인구 40%가 러시아계인 이 나라를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떼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지난해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카자흐스탄과 가스 채굴 사업을 벌이자 이에 적극 개입,컨소시엄에 끼어드는등 미국의 세력확대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특히 러시아는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 지역에 미국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전략에 차질을 빚은 미국은 이 지역의 전통적 우방 터키.파키스탄등과 손을 잡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파트너로 삼으려 하고 있다.

95년말부터 미국은 이란.러시아의 주도권 확보에 대항하기 위한 방파제로 우즈베키스탄을 꼽고 이곳에 많은 투자를 했다.약 60개의 미국기업이 올해말까지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실제로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미국의

기대처럼 서방측으로 기울어 최근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계획을 지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정학적 관심 못지않게 가스.석유에 대한 경제적 관심도 높은 지역이다.이 나라에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약 3조입방의 천연가스와 60억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다.인구 4백만의 이 나라가'새로운 쿠웨이트'를 꿈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문제는 이를 실어나를 통로.이를 둘러싸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현재 추진되는 것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아시아쪽 통로로 일본의 미쓰비시.중국국영석유회사.미국 엑슨의 자회사가 합작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중국을 통해 일본으로 이어지는 길이 8천㎞,총 사업비 2백20억달러 규모의 송유관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과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사업도 진행중이다.미국은 이 송유관이 이란의 영향아래 들 것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사실상 이를 묵인하는 입장이다.또 한 통로는 워싱턴 당국과 미국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이 길은 러시아와 이란을 피할 수는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는 회교 근본주의 세력 탈레반이 문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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