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업단축 부품.하청업체들 연쇄도산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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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업단축 도미노 현상에 이은 4월말 위기설'.

요즘 자동차업계 일각에서 심각하게 나도는 말이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등 자동차업계의 조업단축이 확산되면서 완성차업계는 물론 1천2백여개(1차 부품업체기준 종업원 약 35만명)에 달하는 부품업계에 조업단축 도미노 현상이 번지고 있다.

재하청업체 수까지 합하면 전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수는 1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국내자동차산업 전반은 물론 유관업계에 커다란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최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번주중 완성차업체의 조업중단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주도록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현대자동차가 조업단축에 들어가면서 1차 부품업체 3백80여개사및 재하청업체 2천여개사 가운데 일부도 부분적인 생산감축에 나섰다.하루 2백50억원 정도의 부품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는 1

차 부품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하루 50억~60억원 가량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현대자동차에 플라스틱 내장제를 공급하는 덕양산업 관계자는 “현대의 조업단축에 따라 월 1백억원에 달하는 매출도 20%쯤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영남지역의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협동회 소속 40여 업체 대표들은 11일 긴급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또 기아자동차도 12일부터 소하리공장의 아벨라 생산라인의 토요일 특근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업단축에 돌입,1천3백여 부품업체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특히 중소부품업체들은 1월 노동법 파업으로 20일 이상 제품을 납품하지

못해 자금압박을 받아온 상황에서 조업단축 사태까지 겹쳐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1차협력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하루하루 어음을 막아야 하는 2,3차 하청업체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 조업단축이 계속될 경우 대량부도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업체의 조업단축은 상당기간 지속될 예정이어서 부품업체의 경영난은 점점 가중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고위관계자는“최소한 4월말까지는 조업단축이 불가피하며 일단 정상조업으로 되돌아와도 선진국처럼 판매가 될만한 차종만 생산하는'차종별 조업단축'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몽규(鄭夢奎)자동차공업협회장(현대자동차 회장)과 각 자동차업체 대표들은 이번주중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자동차 수요 진작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박의준.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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