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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건강] 비만치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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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이다. 고혈압·당뇨병·심장병·뇌졸중·대장암 등 일부 암의 유발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운동·식사요법이 제시되지만 실패가 거듭되면 비만치료제 등 약물요법이 다음 수순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비만치료제는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처방된다”며 “국내에선 BMI 25 이상이거나 23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수면무호흡증을 함께 지닌 사람이 적용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비만치료제엔 두 가지가 있다. 리덕틸(성분명 염산시부트라민, 에보트사)과 제니칼(오르리스타트, 로슈사)이다.

이 중 리덕틸은 원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임상연구 도중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돼 1997년 FDA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뇌에서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되면 식욕이 증가해 비만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살을 찌우는 탄수화물(당질)이 먹고 싶다. 리덕틸은 혈중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여 평소보다 20%가량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리덕틸은 식탐이 많거나 밥 등 당질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약”이라며 “복용자의 60∼70%는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두통·입마름·변비·불면증 등이다.

지난해 말부터 출시된 슬리머(한미약품)·실크라민(종근당)·엔비유(대웅제약) 등은 리덕틸을 기반으로 한 ‘개량 신약’(염 등 화학적 조성을 달리한 신약)이다.

제니칼은 섭취한 지방의 체내 흡수를 억제한다. 이 약을 복용하면 삼겹살 등 음식을 통해 섭취한 지방 중 30%가량이 소화되지 않고 바로 배설된다. 흔한 부작용은 방귀·대변 실금·지방변·대변량 증가 등이다. 장기 복용자는 지용성 비타민(A·D·E·K)이 포함된 종합비타민의 복용이 권장된다.

이 약은 특허기간이 만료됐다. 곧 국내 제약사의 ‘값싼’ 카피약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의 방출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도 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다. ‘향정’ 식욕억제제는 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에 한해 일시적으로(4주 이내) 사용하게 돼 있다. 성분명은 펜디페트라진·펜터민·디에틸프로피온·마진돌 등이며 상품명으론 푸링(드림파마)·푸리민(드림파마)·아디펙스(광동제약)·휴터민(휴온스) 등 30여 개 제품이 나와 있다.

유럽에선 ‘향정’ 식욕억제제를 더 이상 처방하지 않는다. 부작용 가능성이 크고 장기 효과·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서다. 최근 인터넷쇼핑·홈쇼핑 등에서 인기가 높은 CLA(공액 리놀렌산)는 약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병원에선 거의 처방하지 않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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