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외 채권은행도 ‘완성차 지원’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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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동차 산업 지원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이다. 소비세 인하가 간접 지원인 데 비해 자금 지원은 직접적인 방법이다. 효과도 후자가 낫다. 업계도 이를 원하고, 정부도 공식적으로 검토한다고 언급했다.

물론 지식경제부는 완성차 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에 대해 “채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다”는 토를 달았다. 정부의 직접 지원과는 선을 그은 것이다. 정부와의 연결 고리는 우체국을 통한 지원 정도다. 금융사업을 하는 우체국은 이미 내년 중 4조3000억원을 기업 지원에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이 가운데 상당 규모가 일단은 완성차 업계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채권은행을 움직이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주채권은행은 공적 자금이 들어간 우리은행이고,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금 지원에 참가한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은행 후순위채를 사주거나 은행자본 확충펀드를 지원할 수는있다. 이 경우 결과적으론 공적인 성격의 돈이 은행을 거쳐 민간기업으로 흘러 드는 셈이다.

국책은행을 통해 완성차 업체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연구개발(R&D) 지원을 빼고는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수석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너도나도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고 나서는 형편이어서 실제 통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달 19일 GM과 크라이슬러에 174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과 프랑스도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다.

부품 업체에 대해서는 완성차 기업 주도로 자금 지원을 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완성차 기업이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하면 그 돈의 12.5배만큼 신보가 중기에 보증을 해주는 방식이다. <본지 12월 6일자 e2면>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상생 펀드를 내놓을 여력이 있는 곳이 현대·기아자동차뿐이기 때문이다. 전체 부품 업체의 50%가량인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 협력사들은 이런 식으론 자금을 융통할 수 없다. 정부는 또 부품사들에 R&D 자금을 장기 저리로 대줄 계획이지만, 업체들은 운영 자금이 당장 급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규 박사는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100% 없애 국내 시장을 과감하게 키우는 것이 완성차와 부품 기업을 함께 살리는 근본 대책”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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