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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쌍용건설·대우조선 M&A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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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국제강, 쌍용건설 인수 무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6일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동국제강에 주식매매 양해각서(MOU) 해제를 통보했다. 이로써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가 무산됐다. 올 7월 캠코와 MOU를 체결했던 동국제강은 2일 ‘인수 건을 1년간 유예해 달라’는 안을 캠코에 제출했다. 최근의 경제상황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동국제강은 건설경기 침체로 쌍용건설 주가가 하락하자 캠코에 변경된 사정을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동국제강은 주당 3만1000원에 쌍용건설을 인수키로 했었지만 이달 들어 주가는 6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캠코는 “양해각서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는데도 동국제강이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은 올 7월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입찰보증금 231억원을 냈다. 하지만 캠코는 계약이 해지돼도 이를 돌려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국제강은 이 돈의 반환을 요구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막판 진통

올해 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대우조선해양은 본계약(29일)을 사흘 앞두고 한화가 ‘계약 체결 시기를 연장해 달라’는 새로운 협상카드를 꺼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참여 계열사인 ㈜한화와 한화석유화학·한화건설 3사는 26일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이들의 요구는 두 가지다. 인수대금 잔금 지급조건을 완화하도록 매각주간사인 한국산업은행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본계약 체결 이전에 확인 실사를 거치거나 이에 준하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화는 산은 측에 “MOU 내용대로 내년 3월 모든 잔금을 치르는 것은 힘들다. 납부기한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한화가 이날 이사회 결의로 잔금 지급조건 완화를 요구한 것은 이런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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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날 ‘선 실사 후 계약’ 입장을 함께 밝힌 것은 본계약 체결 시점을 늦춰 달라는 강한 압박용으로 분석된다. 본계약 체결을 사흘 남겨둔 시점에서 실사를 하자는 것은 시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달 14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3~4주에 걸쳐 정밀실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고용보장과 종업원 보상 등을 요구하며 이를 막았다.

한화 홍보실 주철범 부장은 “이날 이사회의 분위기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의 해외 자회사인 루마니아의 망갈리아조선소 부실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우리의 생사가 달려 있는 문제인데 살 물건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돈을 주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주 부장은 “최근 조선업의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 데다 대우조선의 잠재부실 우려도 커 이사회가 강경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로서는 이사회 결의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배수의 진’을 치고 공을 산업은행으로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 산은은 “모든 사항을 검토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날 오후 부행장 회의를 열어 한화 측 요구에 대해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은의 조현익 홍보실장은 “현재로서는 MOU대로 계약을 이행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한화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논의한 다음 일요일까지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한화가 서울 장교동 본사 건물과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생명의 지분 등을 담보로 해 잔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산은은 그간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가 없더라도 29일 본계약을 체결한 뒤 매각 가격을 확정키로 했다. 만약 본계약 체결이 무산되면 한화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한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특히 산은이 대우조선을 밑지고 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매각작업은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새로운 인수자가 나선다 할지라도 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화는 6조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김준현·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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