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배상, 세입자도 받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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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도 이웃 건물로 인해 일조권 피해를 보았으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일조권 관련 소송에서 세입자들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임채웅)는 신축 아파트 건축주를 상대로 이웃 집 주인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일조권 피해를 준 건물의 주인이 물어야 할 총 배상액 중 10%를 거주자(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포함)의 몫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이 소송에서 세입자들은 원고로 참여하지 않아 실제 배상은 받지 못했다.

법원은 김모씨 등 5명이 서울 성동구 S아파트의 건축주인 KT(옛 한국통신)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KT는 김씨 등에게 684만∼143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웃의 2~4층짜리 건물 소유주인 김씨 등은 “지상 18~29층의 S아파트 때문에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이 아파트는 올해 3월 골조공사를 마쳤다.

재판부는 “거실과 베란다 등 햇볕이 드는 주요 외부 창문의 일조량 감소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가 신축된 이후 낮시간 동안(동지일 기준) 햇볕이 드는 시간이 총 4시간, 연속해서는 2시간 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또 “배상액의 90%는 건물주의 몫이고, 10%는 거주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일조권은 소유권뿐만 아니라 정당한 생활을 누릴 권리에도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조권 침해로 산정된 손해액은 그 건물에 사람에게도 적절히 배분돼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면 세입자들이 소송에 나섰을 경우 가구당 17만∼35만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홍준호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는 “일조권을 침해당한 건물의 소유자가 아닌 점유자들도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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