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웃통 벗는 지도자들이 겨냥한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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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욕포스트, AFP)

버락 오바마(47)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근육질 몸매가 화제다. 한 연예정보사이트는 오바마 당선자 가족이 하와이 카일루아 비치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23일자 뉴욕포스트 1면에 실렸다. 공개된 사진은 검정색 반바지에 웃통을 벗고 있는 오바마 당선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55세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몸짱’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모았다. 이 사진은 투바공화국의 어느 숲에서 푸틴 대통령이 상체를 드러내고 사냥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 크렘린 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에 앞서 지난 여름 휴가 때 윗옷을 벗고 낚시와 승마를 즐기는 그의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려 놓기도 했다.

지도자에 대한 ‘몸짱’사진은 언제나 찬사와 비판, 메시지를 함께 뿌린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세기의 속담을 몸소 실천하는 지도자를 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몸매를 통해 지도자의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닮고 싶어했을까. 지도자의 ‘몸짱’ 사진은 일부 남성과 여성 지지율을 높인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파파라치들에게 찍혔든 당국이 찍어 기자들에게 공개했든 지도자의 ‘현장’이 고스란히 실리는 것은 지도자의 ‘의도’또는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메시지. 푸틴 대통령 재직 당시 ‘몸짱’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러시아와 해외 언론들은 “푸틴이 국제 사회에서의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강한 푸틴=강한 러시아”, “러시아 경제의 활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에너지 넘치는 행보”, “힘의 외교”라고 게재했다. 또 그가 총리가 된 후엔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방송국 취재진을 구해낸 사건은 ‘세계를 구할 나라는 러시아’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자국 언론들은 해석했다. 이번 오바마 당선자의 사진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그 이상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속에서 미국을 건져낼 사람은 ‘강한 체력’의 오바마라는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전하의 벗은 몸’을 천기누설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웃통 벗은 한국 대통령’을 보고 싶은 이유는 뭘까. 그것이 하나의 ‘쇼’일지라도 위기 극복의 자신감과 강인함을 내포하고 있다면 한번쯤 괜찮지 않을까.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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