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주부통신>9.일본 불황을 이기는 젊은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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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형 슈퍼마킷 체인점과 가전제품 도매상을 경영하는 삼페이(三平)그룹 회장은 매일아침 자전거로 동네를 돌면서 길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모은다.그리고 東京중심에 위치한 대지 2천평의 저택으로 돌아와 모은 나뭇가지로 물을 데 워 목욕을 한다.」 「20대후반의 주부 미치코씨는 1주일 식비를 5천엔(한국돈 약3만 6천원이지만 물건값이 천정부지인 도쿄는 한국돈과 1대1로 쓰이는 셈이다)으로 꾸려가고 있다.가족은 세명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남편과 두살난 딸이 있다.하루 식비를 7백엔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채소는 야채가게가 문을 닫기 직전에 떨이를 전문(?)으로 사고 요리책을 철저히 연구,값싸고 영양가있는 식사를 만든다.하루 30종 이상의 식품을 섭취한다는 기본방침도 관철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잡지.텔리비전등에서 이런 울트라 구두쇠.검약가들의 이야기가 자주 소개된다.얼마전만해도 그루메(美食)붐과 세계 일류브랜드 소개가 활개쳤던 것 같다.다카시마야(高島屋)백화점이 이탈리아제 넥타이를 대량으로 싸게 수입,3 0% 할인가격으로 팔았더니 전혀 안팔리다가 얼마후고급상자에 담아 정가대로 내놓았더니 잘 팔렸다는 얘기는 꽤 유명하다. 쇠고기도 수입 쇠고기보다 1백g에 1천엔씩 하는 일본산 마쓰사카(松坂)쇠고기가 잘팔렸다.고급품 지향이 극도에 달한상태에서 거품이 꺼지자 절대로 할인판매를 안하던 백화점마저 디스카운트숍 수준의 할인을 시작한 곳이 있다.자유경쟁시대 의 수요공급 밸런스는 누구도 무시못하는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거부 삼페이그룹의 회장은 절약이 취미(?)인구세대라 치더라도,20대 주부는 참으로 대단하다 .보통 대졸 남자회사원 초임이 월수 15만~18만엔이니까 20대후반 30대초반의 가장이라면 월수가 보통 30만엔 정도.그 정도의 수입에하루 식비 7백엔은 대단한 절약가다.이러한 흐름에 맞춰 최근 슈퍼마킷에는 과자.안주등 뭐든지 1백엔코너가 등장했다.선전.포장.유통 비용을 최대한 줄여 슈퍼의 독자적인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런 실속위주의 상품들을 파는 가게로 손님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이런 실속파들은 젊은층에 더 많은데 최근 일본의 20~30대 연령층의 검약가들은 느낌이 밝다.50~60대의 戰前에 출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 그랬듯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절약을 한다든지 무조건 안쓰려 했던데 비해 신세대는 절약을 위한 절약,절약을 게임감각으로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소비의허무함을 통감한 후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절약.검약이기 때문인 것 같다.
쓰되 같은 물건이라도 싼 가게,주말등의 싼 시간대를 이용하는것이다. 지난해부터「生活者」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한국말의「生活人」과 비슷한 뜻이다.즉,현실생활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실생활에 체험을 존중하는 생활파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의 군살이 빠진 지금,연간 40만명이상 필요했던 노동자가10만명대로 떨어지고,시간외 수당이 없어져 술집앞에서 운전代行아르바이트에 나선 샐러리맨이 등장한 지금,진짜를 보는 눈을 가진 검약가 생활자들이 가장 시대를 앞서가는 트 렌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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