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성비 피해 줄일 길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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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에 내리는 산성비피해가 연간 1조5천억~3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환경기술개발원의 연구보고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산성비의 해악(害惡)을 구체적으로 적시(摘示)하고 있다.3조원의 피해규모만도 97년 환경부 예산의 3배 가량이

되고 2000년이면 최고 6조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니 그 피해가 확대일로에 있다는 전망만은 확실한 것같다.

산성비피해는 산림의 황폐화를 통해 제일 먼저 눈에 띈다.한라산 기슭의 주목군(群)이 노랗게 고사(枯死)하는 것도 산성비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장기적으로 산성비를 맞으면 시멘트나 철근으로 된 구조물도 부식(腐蝕)되고 토양과

호수조차 오염된다.

일찍 산업화를 이룬 일본의 산성비피해는 약 80조원에 이른다는 엄청난 통계가 있다.우리의 고민은 우리 나라에 내리는 비가 대부분 산성비이기 때문에 이런 재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우리도 이대로라면 어느 땐가 그만큼의

피해를 볼 것 아닌가.

산성비는 공기중의 아황산가스나 이산화질소가 먼지와 결합할 때 생긴다.이런 유해가스는 석탄이나 석유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많이 나온다.산업시설이 발달되고 도시 밀집지역이나 자동차가 많은 곳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더구나 우리

나라는 석탄을 많이 쓰는 중국 동해안 공업지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국제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가령 토양의 산성농도가 높으면 땅이 굳고,식물성장에 지장을 받는가 하면 호수의 물고기가 죽는다.산성비피해가 점진적으로 진전된다고 관심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는 더 큰 피해를 본다.기름의 탈황(脫黃)과정을 촉진하는 미생물 배양방식이

연구중이기도 하나 아직 그 과실을 따려면 멀었다.어쨌든 기름의 탈황시설을 강화하고 환경관련 미생물학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산성의 농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총체적인 환경오염 방지비용이 연간 4조원을 넘고 있는 사정에 비춰 보면 산성비 대책에 투입되는 자금이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이르러도 결코 낭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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