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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국회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국회엔 산타클로스가 오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민주당 의원의 한 비서관은 24일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를 들고 왔다. 일주일째 행안위 회의장 앞을 지키다 보니 무료함을 달랠 수단이 필요했다. 바로 옆의 보좌관은 둘둘 만 모포를 베고 모로 누워 소설책을 펼쳤다.

시간과 싸움을 벌이기는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정무위 회의장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불러 법안 공부를 했다. “노느니 공부하자”며 이 부위원장을 불렀다고 한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최재성 대변인은 감기 몸살에 시달리고,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링거를 맞았다. “차라리 빨리 한번 (싸움을)했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처럼 국회에선 성탄절 이브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사회를 맡은 황영철 의원이 크리스마스 인사를 제안한 게 거의 유일하다. 황 의원이 “의원들끼리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 한번씩 하시죠”라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내일(25일) 하루 쉬고 금요일에 다시 모인다. 이번 주 토·일요일도 약속을 안 했으면 한다”고 지침을 말하자, 의원들은 한숨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화 시한(25일)이 남아 있어 운영위 회의장에서 잠깐 소란이 인 걸 빼곤 충돌이 없었다는 점이다. 3층 의장실, 4층 행안위, 6층 정무위·문방위 등에 흩어져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3시에 운영위 회의를 연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회의장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의장석에 미리 앉아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홍준표 운영위원장이 “여야 합의가 안 됐으니 개의 안 한다. 제자리에 앉으라”라고 설득하자 곧 점거를 풀었다.

◆크리스천 의원들 “국회 정상화 ”=여야 크리스천 의원들은 “지도부가 성탄절을 계기로 극한 대치 상황을 풀고 상생의 정치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조찬기도회 공동회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파행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죄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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