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바꿔 넣어 인간조작 가능 - 인조염색체 합성 성공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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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윌라드 박사팀의 인조염색체는 인간복제에 이어 인간조작의 시대가 개막됐음을 의미한다.복제가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면 인조염색체는 조물주의 영역이었던 인체설계도까지 인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

르다.

염색체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모두 담고 있는 유전자 그릇으로 부계와 모계로부터 각각 23개씩 물려받아 모두 46개로 구성돼 있다. 〈사진 참조〉

키가 작은 부모에게 키가 작은 자녀가 태어나는 것도 인간의 유전형질은 1백% 부모로부터 수동적으로 물려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윌라드 박사팀의 인조염색체 등장으로 키를 크게 하는 유전자가 삽입된 인조염색체를 만들어내면 사

정이 달라진다.

윌라드 박사는 염색체의 원료물질에 해당하는 유전물질 DNA와 염색체의 본체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중심체를 인공합성한 뒤 이를 결합해 정상적인 기능을 갖는 염색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시험관내에서 합성된 염색체는 모두 9개.

정상보다 5분의1 정도 크기에 불과한 미니염색체지만 이중 2개가 이제까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인조염색체로 단백질 합성과 염색체 분열등 정상염색체와 똑같은 기능을 보였다는 것.

지금까지 유전자 치환기술을 이용해 DNA 염기서열을 바꾸는 것은 가능했지만 염색체 자체를 인공합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조염색체의 탄생이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전문가들은 윌라드 박사의 인조염색체가 지난 53년 생물학 사상최대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와트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의 발견과 맞먹는 것이라고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림 참조〉

현실적으로 인조염색체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2005년께 완성될 인체게놈사업의 응용에 인조염색체가 직접적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게놈사업으로 인체설계도가 벽돌 한장 한장까지 낱낱이 밝혀질 경우 인조염색체를 이용해 원하지 않는 유전자 대신 원하는 유전자를 담은 염색체를 삽입하는 신개념 유전자요법이 가능해진다는 것.

당장 응용될 수 있는 분야론 유전병이 있다.특히 염색체의 분열및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중심체의 기능 이상으로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추가돼 발생하는 다운증후군의 예방과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탠퍼드의대 데이비드 콕스 교수(유전학)는“다운증후군의 비정상염색체 대신 정상 인조염색체를 삽입하는 것으로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다운증후군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제양 출현과 마찬가지로 인조염색체 역시 생명현상의 조작이란 측면에서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많다.인체게놈사업으로 지능과 성격등 우량유전자를 모두 찾아낸다면 이들 유전자만을 따로 추출한 인조염색체로 유전적으로 완벽한(?)인간

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주사전자현미경으로 4만배 확대해 본 인체게놈(염색체 46개)의 모습.단순해 보이는 이 설계도 속에 머리카락 모양이나 피부색깔은 물론 지능과 성격까지 인간의 모든것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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