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불황땐 밝은색 퇴조 - 경제상황에 따른 색상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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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행하는 색도 경기를 타나….'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패션.가구.가전제품등의 색채도 어두운 쪽으로 가라앉고 있다.

봄이 왔는데도 패션이 화려한 색으로 튀지 못하고 가구.가전제품등의 색도 어두워지는 현상은 불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패션의 경우 지난해 겨울 검은색이 휩쓴데 이어 올봄에는 차가운 느낌의 연한 회색과 검은색,색감

이 사라진 흰색등 무채색이 주조를 이룬다는 것.

“올봄의 세계적 유행은 밝고 화려한 색이지만 우리는 불황 때문인지 밝은 쪽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의 김혜자(金惠子)학과장은 말했다.

또 2~3년 전의 호황시절 번쩍번쩍하는 고광택(하이그로시)의 화려한 원색이 유행하던 장롱이나 침대등 가구는 밝은 나뭇결색을 거쳐 최근 고동색으로까지 짙어졌다.결혼 3년된 주부 김소영(金素英.30.서울 대치동)씨는 이 때문에 최근

콘솔(가구)을 하나 사려다 결혼때 마련한 하이그로시와 색상을 맞출 수 있는 제품들이 매장에서 거의 사라져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원목가구 전문업체인 미지트의 이덕영(李德永)개발이사는“불황이 더 깊어지면 가구들의 색상이 짙은 흙색으로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카세트.오디오등 가전제품에서도 최근 표면이 번쩍이는 모델이 줄어들고 컬러는 다양화된 반면 채도가 크

게 낮아졌다고 LG 디자인연구소의 김태경(金泰慶)선임연구원은 말했다.

학계(색채학)에서는“경기와 유행색의 관계에 관한 법칙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불황때는 어두운 색이,호황때는 밝은 색이 유행하는 경향은 인정된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30년대 대공황 때는 침침한 회색과 무채색이 유행했지만 경기가 상승무드를 타던 70년대에는 색이 다양하고도 밝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는 것.

인하대의 강현주(姜賢珠.색채학)교수는“경기는 유행색을 결정하는 한 요인”이라며“불황때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움츠러들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된 색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 불황때는 실용적으로 어느 곳에나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하려 하기 때문에 어두운 색이나 무채색이 많이 선택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행색이 경기흐름뿐만 아니라 일본.미국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최근에는 일본등의 흐름에서도 벗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한편 한국유행색협회 관계자는“올 봄과 여름에는 푸른색 느낌을 주는 회색과 흰색 계열,검정

에 가까운 색상들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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