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인 1세 미국 시장 강석희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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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미국 대통령은 불가능

畵手 조영남 토크쇼 “무작정 만나러 갑니다” ⑫

조영남 마치 가수의 최후의 덕목은 노래 잘하는 것처럼?

강석희 그런데 외람된 말이지만, 가수도 꼭 가창력이 좋다고 좋은 가수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청중과 어떻게 호흡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렇지 않나요? (연설도) 똑같습니다. 꼭 미사여구를 잘 쓰는 것이 좋은 연설은 아니거든요. 어떻게 하면 청중의 마음을 탁 짚어 주느냐거든요.

조영남 어떻게 (청중의) 가슴으로 스며드느냐지. 그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에요. 가족은 어떻게 됩니까?

강석희 가족은 집사람과, 스물여덟 살짜리 아들 하나, 스물여섯 살짜리 딸 하나가 있습니다. 집사람은 저와 같이 고려대 출신입니다. 73학번이고요.

조영남 부인과 캠퍼스 커플이에요?

강석희 졸업하고 만났어요. 집안 분의 소개로 만났죠.

조영남 아이들은 전부 미국에서 낳았어요?

강석희 네. 우리 아들은 UC샌디에이고를 졸업하고 존슨&존슨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금은 USC MBA코스를 회사 장학금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딸은 UCLA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는데, 올해 UC버클리 로스쿨을 졸업하고 지금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큰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제가 감사하는 것이, 많은 한국인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하는데, 그 아메리칸드림 중 가장 큰 부분이 자녀교육이거든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했죠.

조영남 종교는 어떻게 돼요?

강석희 기독교입니다.

조영남 언제부터요?

강석희 사실, 미국에 처음에 와서 교회에나 가야 한인을 만날 수 있으니 나가기 시작했죠. 한 교회를 31년 동안 섬기고 있습니다. 원래 성격이 얍삽하지 못해요.

조영남 얍삽이 아니라 고지식하네.

강석희 원래 강씨 고집이 유명하죠.(웃음)

조영남 취미는? 일 말고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뭐에요?

강석희 제가 원래 정서적인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10년간 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음악대학을 갈까 생각했을 정도로요. 또 대학에 다닐 때 서예에 입문해 아직도 서예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도 작품이 있고, 여러 번 그룹전시를 하기도 했죠.

조영남 우와~. 취미가 다양하네. 그러면 이제 계획이나 꿈을 물으면 뭐라고 답하나요?

강석희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앞으로 계획이 뭐냐, 시장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 하는…. 저희 아버님·어머님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두 분이 원래 개성상인이에요. 그래서 아버님이 동대문에서 포목점을 40년간 했습니다.

조영남 우와, 오리지널이야. 지독한 사람들의 표본이네. 포목상을 40년간….

강석희 광장시장에 아버지 가게가 있었어요.

조영남 있는 집 자식이었구나.

강석희 우리 아버님이 교육을 못 받았지만 저희 교육하시면서 “너희는 남들과 신의를 지켜라”와 “네가 누구한테 베푸는 신용은 철저히 지켜라” 이 두 가지를 녹음기처럼 말씀하셨어요. 그때는 만날 똑같은 말이니까 듣기가 참 그랬는데, 돌이켜보면 이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신의와 책임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제가 아버님한테 배운 것이죠. 정치인은 자신이 말한 것에 100% 책임져야 하거든요.

조영남 그런데 듣기에 참 이상한 것이, 다른 어떤 분야도 그렇지만, 정치인은 만날 하는 것이 거짓말 아닌가? 만날 뻥튀기 공약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인데….

강석희 그건 그냥 제 성격이에요. 약속한 것은 지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약속한 것은 100%가 안되면 95%라도 지키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제 철칙입니다. 정치인은 신용을 파는 사업가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정치인이 주민과 이야기한 것을 모두 지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영남 그렇다면 제2의 오바마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강석희 제가 오바마가 될 수는 없겠죠.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은 될 수 없죠. 하여튼 다음 계획이 무엇이냐고 하셨는데, 저는 절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현 위치의 시장으로 당선됐으니 시장으로 또 명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의 계획이고 목표입니다.

한국의 유일한 오바마 채널

조영남 명시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겠지.

강석희 제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시장으로 평가받게 되면 다음 행보는 자동으로 따라와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냥 현 위치에서 욕심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습니다.

조영남 대통령 꿈 안 꾸고 있다는 게, 굉장히 잘됐어요. 왜냐하면 내 친한 친구들이 여러 명 대통령 꿈을 꿨는데, 다 잘 안 됐어. 손학규·정동영·김한길·정운찬·김홍신이 다 내 친구들이거든. 당신도 이제 내 친구가 됐으니 한국 대통령 나가면 아마 떨어질 거야. 하하하….

강석희 어쨌거나 미국에 와서 31년 동안 살면서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또 저한테는 상당한 영광입니다.

조영남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언제죠?

강석희 오는 1월20일입니다

조영남 그때 참석하십니까?

강석희 예, 그때 워싱턴DC에서 전국시장회의가 있습니다. 거기에 어바인 시장으로 참석하고, 회의 끝나자마자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조영남 어바인에 사는 동포들에게 바람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석희 사실 이번 저의 시장선거 승리는 제 개인의 승리도 되지만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승리라고 봐요. 한인사회의 전폭적 지지가 당선에 굉장히 큰 힘이 됐죠. 특히 후원금도 제 모금액 중 70%가 한인사회에서 나왔습니다. 대단한 힘을 저한테 주신 거죠. 투표도 어바인에 사는 한인들이 많이 투표했어요. 물론 한인투표가 과반이 되지는 않았지만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중요한 캐스팅보트가 된 겁니다. 그래서 제가 당당하게 시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한인사회의 은혜를 절대 잊지 못하죠.
또 제가 시장이 된 만큼 한인사회가 좀 더 성장하고 나아지려면 한인사회의 좀 더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교육적인 면에서요. 어바인이 교육도시인만큼 한인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커뮤니티의 교육적인 면에서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조영남 마지막 질문일 텐데,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 오바마 채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새로운 인물이니까. 지금 자동으로 강 시장이 부상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가장 직접적인 라인이니까. 그런 요청이 들어올 때 어떤 자세로 임할 생각이신지?

강석희 한·미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동안 한·미 FTA라든지 비준을 돕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상당히 많아요. 또 미국에서 정치를 하지만 조국이 잘돼야 우리가 잘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 역할로 한·미관계를 좀더 돈독하게 해줄 수 있다면, 또한 다리를 놓는 데 제가 역할할 수 있다면 언제든 헌신해서 도울 생각입니다.

조영남 우리로서는 가장 정확한 채널을 찾은 거 같아 고맙지. 내가 평생 이런 게릴라 인터뷰를 처음 하는데, 너무 재미있고 또 기뻤어요.

강석희 저도 개인적으로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던 터여서 조영남 선배님을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인터뷰가 성사돼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조영남 제가 끝으로 영어로 인사 드리죠. 땡큐~. 하하하하….

오효림 기자 hy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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