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직접 키우고 식당 직영 “불황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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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일 낮 예천군 지보초등학교 앞 지보참우마을 식당. 홀과 방 두 곳은 빈자리 없이 사람들로 빼곡하다.

천성호(49·경기 안산시)씨는 “형님 내외 등 가족 5명이 함께 왔다”면서 “소문대로 고기가 연하고 값이 싸다”고 말했다. 종업원 백정란(50)씨는 “토·일요일엔 40평 식당이 모자라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식당에 붙은 정육점도 성업 중이다.

20일 오후 예천군 지보면 지보참우마을 식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보참우작목반의 정육점과 식당이 문을 연 지 2년 만에 한 달에 한우 100마리를 도축, 매출 8억원에 순수익 4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작목반은 이와 별도로 다른 지역보다 소를 마리당 40~70만원 비싸게 출하하면서 이득을 보고 있다.

작목반장 안성모(52)씨는 “소 1마리를 출하하면 100만원 순수익이 생긴다”며 “미국 쇠고기가 판매돼도 작목반원이 사육두수를 늘리는 것은 ‘고품질 한우 직판 시스템’을 갖추면 승산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소 100마리 도축=회원 21명인 지보참우작목반은 2006년 12월 소 한두 마리를 갹출해 식당과 정육점을 열었다. 품질 좋은 쇠고기를 싸게 팔면 소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곳 쇠고기 값은 600g에 불고기 1만2000원, 구이용 일반 1만9000원, 특모듬(등심·안심) 2만7000원, 갈비살 4만원이다. 정육점에서 부위별로 사서 식당에서 600g당 8000원씩 반찬 값을 내고 구워먹을 수 있다. 도시 식당의 절반값이다.

손님이 늘면서 개업 첫 달 16마리, 1년만인 지난해 말 60마리에 이어 지금은 100마리씩 도축하고 있다. 요즘은 주 중 1000명, 주말 3000명이 찾는다. 도축 쇠고기는 대구·인천·구미·안동 등 전국의 분점 17곳에도 공급된다.

도축 물량이 늘자 작목반원은 사육두수를 2년 전 800마리서 현재 1000여 마리로 늘렸다. 그러나 도축 물량을 채울 수 없어 예천군 전역에서 소(거세우)를 사들이기도 한다. 작목반이 사들이는 소값은 다른 지역(700㎏ 기준)보다 40만~70만원 비싼 마리당 630만원이다. 농민들은 식당을 열기 전에는 수집상인 등에게 대부분 소를 싸게 넘겼다.

◆고품질 한우생산 주력=작목반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700㎏ 거세우’만 도축한다. 거세우는 육질이 연하고 고급육에 나타나는 마블링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거세우에 생균제(유산균 등이 함유된 미생물제제)를 먹인다. 작목반은 비회원 농민 100명을 끌어들여 이미 2005년 연간 600t 규모의 생균제 공장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작목반은 이 생균제를 짚·옥수수·콩 등과 섞은 특수사료 생산도 추진 중이다.

소 400마리는 공동 외양간에서 키운다. 깻묵·콩비지·쌀겨 등 부산물의 공동 이용이 가능하고 개별 축사·장비가 필요 없어서다. 최근에는 유휴농지·하천둔치 30㏊에 청보리·호밀을 심었다. 내년 봄에 비싼 사료 대신 풀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조봉래(45)씨는 “지보작목반은 소농 협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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