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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7’ 도전하는 박하식 경기외고 교장

중앙일보

입력

명지외국어고가 내년 3월 경기외국어고로 새롭게 출범한다. ‘새 부대에 새 술 담그듯’ 목표 또한 ‘글로벌 톱7 진입’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박하식(53·사진) 교장은 “2012년 국내 최고의 고교로 만들고, 2017년에는 명실상부한 세계 7위의 명문학교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교장은 민족사관고와 외대부속외고의 수장을 거치면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 명문대 합격 신화를 이룩한 주인공. 그를 만나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다. 

“사립이 공립과 다른 점은 국가가 아닌 법인이 정한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창조적 글로벌 리더의 육성’이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시설을확충할 예정입니다.” 지난 9월 취임후 잇따라 학교 운영안을 내놓고 있는 그는 벌써 실행에 따른 재원확보까지 마친 상태. 그의 행보는 머뭇거림이 없다. 부임하자마자 국제화 교육계발팀을 중심으로 교사 전원을 연구에 투입했다. 학교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교사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시작한 연구는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 도입과 테마파크 조성 등 총 7개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경기외고는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빠르면 내년부터 화상교육를 실시한다. 화상교육은 해외 자매결연학교 학생들과 동일 시스템을 이용해 같은 시간에 같은 수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박 교장은 “AP나 IBDP 등 학교가 제공해주지 못하는 과목을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듣도록 했다”며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아시아권부터 시작, 하와이 푸나우 스쿨(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졸업한 학교) 등 대상학교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상교육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은 시차로 인해 어려움이따를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 그는 학생들을 해외 자매결연학교에 직접 보낼 복안도 마련했다. 그는 “외국어고마다 해외체험 프로그램은 많지만 일방적인 강의 또는 관광이 대부분”이라며 “화상교육이나 학교체험 활동을 통해 또래의 외국 아이들이 어떻게 수업에 참여하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내 법인 최초로 IBDP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신청, 2011학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그는 “이미 국내 교과과정에 접목한 운영표까지 만들어 놓았다”며“그러나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직접 실사를 통해 허가하는데, 기준이 매우 엄격해 보통 2년 반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IBDP는 전 세계 대학에서 그 권위를 인정, 학위를 가진 학생들에게 우선 순위·특례입학·장학금 수여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 학위 제도로 영어과 교수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 프로그램과 외국인 교사 채용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국제반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명지외고는 국제반을 두지 않고 희망자에 한해 방과 후 시간을 활용, 유학반을 운영했다. 그는 “2010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해 특화하려 한다”며 “국제반 학생들은 정규과목 외에 아이비프로그램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비 프로그램은 경기외고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컨설팅 전략까지 준비됐다고 소개했다.
내년 말 학교 안에는 커다란 문화공간인 테마파크가 생긴다. 각 나라의 라운지를 조성, 휴식공간인 동시에 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전공어(영어·일어·중국어)를 사용해야 한다. 박교장은 “학생들이 일상회화는 잘하지만 자기 주장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스피치 콘테스트·시네마 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고말했다. 이 밖에도 교사동과 학생시설을 신축하고 학급당 인원도 국제적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경제규모 세계 11위에 걸맞지 않게 유독 뒤처진 중등교육 중흥에 기여하겠다.” 박 교장이 한 달간 고심 끝에 경기외고 수장 자리를 맡게 된 속내다. 그가 담근 새술에 지구촌 교육이 흠뻑 취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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