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 기록에 나타난 진술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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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보 특혜대출 과정을 둘러싼 청와대 전.현직 경제수석과 은행장의 유착의혹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기록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검찰조사를 받은 핵심 인물들의 진술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은 수서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의원에 대해서는“당시 구속되지도 않은 만큼 특별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며“진짜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태섭(李台燮)의원.장병조(張炳朝

)전청와대 비서관.이원배(李元湃)전의원등 3명뿐”이라고 털어놓았다.그는 또“뇌물로 준 돈은 비자금으로 조성해뒀던 현금들로 평소에는 사무실의 대형금고에 보관해둔다”고 진술.鄭총회장은“필요할 때마다 출납직원을 시켜 꺼내 쓴다”면서 보관

비자금이 워낙 입출금이 심했던 탓인지 대형금고 안에 넣어뒀던 비자금 액수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았다.

…鄭총회장의 운전기사인 한보 임상래(林相來)상무는“진짜 사과를 전달한 적이 없느냐”는 검찰 신문에“명색이 상무이사인데 진짜 사과는 일반직원이 돌리지 왜 내가 돌리느냐”고 반문.林상무는 뇌물전달 경위에 대해 “鄭총회장이 지시하면 경

리담당 鄭순희 자매가 007가방과 골프가방.사과상자에 돈을 담아 전해주곤 했는데 그중 사과상자가 가장 무거웠고 007가방이 가장 가벼웠다”고 진술.

…홍인길(洪仁吉)의원은 鄭총회장과 특별한 사이가 된 경위에 대해“90년 3당합당 무렵 김명윤(金命潤)신한국당고문 집에서 鄭씨를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그는“金고문은 鄭총회장에 대해'내가 평소 법률문제를 자문.조언해주는 친밀한 사이며 같은 아파트에 살며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洪의원은 수뢰사실이 처음 보도됐을때 부인했던데 대해서는“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그랬다”고 진술.

…鄭총회장은 특급호텔을 시내 사무실로 사용하며 은행장과 정치인들을 만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호텔직원 柳모(39)씨는“鄭씨는 폐쇄회로 TV가 설치되지 않은 19층의 객실만 6~8개월단위로 방을 바꿔가며 장기예약해 사용했다”

며“처음에는 1인당 5만~10만원짜리 식사를 시켜먹다가 지난해 7월 이후에는 1인당 20만원짜리 생선회 종류의 최고급 요리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鄭총회장으로부터 4억원씩을 받은 우찬목(禹贊穆)전조흥은행장은 모두 주택구입비로 사용했고 신광식(申光湜)전제일은행장은 딸 혼수비용과 직원 격려비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禹전행장은 96년 10월 반포동 아파트를 3억7천만원에 팔고 여기에 4억원을 보태 7억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것.申전행장은 96년 7월과 9월에 받은 2억원짜리 사과상자 2개를 서재의 책상과 책장사이에 포갠 채 쌓아둔 뒤 상

자 위에 책을 얹어 놓고 필요할때 수시로 꺼내썼다. 〈권영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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