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출금리 사상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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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중 실세금리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대기업 금융 위축=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대기업 신규대출 금리는 연 5.7%로 전달보다 0.5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9월의 종전 최저 기록(5.74%)보다 더 낮은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금리(6.07%)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김주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대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쌓아 두고 있는 데다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중장기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 차입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자금을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 금리(5.98%)와 시설자금 금리(6.68%)가 0.13%포인트, 0.11%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32조2000여억원으로 중소기업 대출의 13.6%에 그쳤다.

◇채권금리도 바닥권=채권금리도 닷새 연속 내려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 지표인 3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가 전날보다 0.05%포인트 낮은 4.23%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15일(4.21%) 이래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큰 데 반해 국내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시장에서 소비.투자 등 내수가 되살아날 기미가 작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와 통화 당국도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시장의 '사자'열기도 금리하락에 일조했다. 중국의 긴축정책, 국제유가의 급등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식보다 채권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번졌다는 분석이다.

홍승일.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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