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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등교 … 교통비 모아 4년간 3000만원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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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남 진주남중학교 3학년 김모(16)군은 지난 주말 학교에서 ‘장학금’ 10만원을 받았다. 이날 김군과 함께 장학금을 받은 10명은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었다. 이 장학금은 진주남중 1∼3학년 전교생 1199명과 교사 49명이 6일 하루 학교까지 걸어오면서 아낀 교통비를 모금한 104만700원이 재원이었다.

학생들이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온 뒤 아낀 차비를 모금함에 넣고 있다. [진주남중 제공]


이 학교는 매달 첫 주 토요일이면 전교생이 걷는 ‘남강 한마음 걷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만은 학교 앞 버스정류소에 내리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 학부모들이 자가용으로 자녀들을 실어 주는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걷기 행사의 날에는 자율학습이 없고, 등교 시간은 오전 8시30분에서 오전 9시로 미뤄졌다. 집에서 걸어온 학생들은 교문 입구에 마련한 모금함에 아낀 버스비를 기꺼이 넣는다. 학생들은 주로 1회 버스비 1000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이 학교가 걷기를 통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 3월. 진주 시내에서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를 끼고 있어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이 많았다. 당시 학생회에서 급식비 모금 방법으로 걷기를 제안한 게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이 100여 명으로 진주 시내 중학교에서 많은 편이다. 걷기를 통해 모인 성금은 모두 이러한 학생들을 돕는 데 쓰인다.

학교에서 3㎞쯤 떨어진 진주시 가좌동 집에서 30여 분 동안 걸어 등교한 학생회장 김희민(13·3학년)군은 “걷기가 있는 날은 일찍 일어나게 되고 3년간 매달 한 차례 걷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올 들어 4~12월 동안 일곱 차례 행사를 치르면서 708만640원을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70명에게 10만원씩을 전달했다. 장학금 지급 대상은 매달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결정한다. 2004년부터 모두 3000여만원을 모아 3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경남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걷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교육하고 있다. 학생들이 걷느라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만큼 줄인 온실가스 감축량을 계산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강호기 교장은 “한 명당 장학금 10만원은 작은 금액이지만 학생들이 작은 희생을 통해 이웃을 돕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깨달음을 얻어 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며 “내년부터 걷기를 통한 환경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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