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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M&A로 수산 1등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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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서울 충정로 본사 2층에 놓인 모형 원양어선 앞에서 웃음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단출한 본사와 달리 사조그룹은 2조원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알짜 기업이다. 캐슬렉스GC·캐슬렉스제주GC에 이어 중국 칭다오에도 골프장을 낼 정도로 레저부문 산업의 규모가 크다. 증권가에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잇따른 M&A 자금줄에 부동산 자산도 한몫했을 터. 하지만 주 회장은 “신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선친 때부터 쌓아놓은 신용이 고비를 이기고 M&A를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래 정치학도였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77년 창업주인 부친의 타계로 사조산업을 이어받았다. 배 다섯 척과 직원 여섯 명, 5억원의 빚도 함께 떠안았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빚에 오일쇼크까지 찾아왔지만, 거래처와의 신용과 정부의 수산업 지원 정책으로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특히 어려운 순간마다 자금을 지원해준 일본 미쓰비시에는 30년째 횟감용 참치를 납품하며 신의를 지키고 있다. “ 참치 시세가 올라도 약속한 대금보다 더 많이 달라고 한 적이 없지요. 돈을 얹어줄 테니 참치 좀 달라는 제의가 와도 절대로 거래처를 바꾼 적 없고요.” 외환위기 때 대출을 위해 신용보증을 서준 것도, 2000년 동아제분 수산부문 인수에 80억 엔의 자금을 지원해준 것도 미쓰비시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주 회장은 2002년 경영 현장에 복귀했다. 이후 공격적인 M&A가 시작됐다. 수산·식품 산업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회사들만 차례로 사들였다. 단순히 회사 수만 늘린 것이 아니다. 인수 기업이 대부분 흑자 전환을 했다. 2006년 인수한 사조대림(옛 대림수산)은 지난해 220억원의 흑자를 냈고, 지난해 인수한 오양수산도 올해 40억원의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이런 흑자 전환이 가능했을까. “배 운항도 머리를 쓰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수 회사가 예전엔 뉴질랜드에 보내던 트롤선(저인망어선)이 하나 있었지요. 어획량이 많지만 기름을 많이 먹는 배거든요. 뉴질랜드는 창고가 적어서 고기만 잡으면 바로 한국에 와서 저장을 시키지요. 이 배를 대신 운반선이 많이 지나다니는 알래스카로 보냈지요. 고기는 잡는 족족 운반선에 실어 보내고, 쉼없이 고기를 잡으니 효율이 얼마나 올랐겠습니까.” 이 배 하나로 올해 30억원의 이익이 났다고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이미 식품업계 6위 그룹으로 올라섰지만,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딘지 밝힐 수 없지만, 지금도 3개 회사와 인수합병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M&A의 궁극적인 방향과 목표는 뭘까. 그는 “조선업도 세계 1등 하는데, 왜 수산이 1등 못 하겠느냐”고 에둘러 말했다. 세계 최대 수산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수산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우리나라 수출품 1호가 1964년 일본에 수출한 마른오징어예요. 요즘 IT, IT 하는데 식량 확보하는 산업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까.”

인터뷰 말미, 계속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담배를 꽤 많이 태우는 것 같은데 왜 88 담배를 피웁니까.”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다른 건 비싸니까.” 필터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또 빨아들이며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임미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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