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아침전쟁 키리바시 날짜변경선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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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키리바시.통가.뉴질랜드등 남태평양의 섬나라들 사이에 지구에서 가장 빨리 새 아침을 맞으려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신경전이 촉발된 것은 2년전 키리바시의 티토 대통령이 자국의 기준시간 경도를 통일하면서부터.키리바시는 날짜변경선을 중심으로 늘어선 섬들로 구성된 나라로,동쪽과 서쪽의 날짜가 달랐다.예컨대 수도 타라와가 3월25일 오전 8시라면 가장 동쪽에 있는 캐롤라인 제도는 24일 오전 10시였다.

2년전 대통령 선거때 티토는 날짜변경선을 바꾸어 국가의 일체감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당선되자 이를 실천했다.기존의 날짜변경선을 동쪽으로 잡아당겨 버린 것이다.

티토대통령이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결정은 키리바시에 횡재를 불러들였다.캐롤라인 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00년 1월1일 아침을 맞게됨으로써 이 날을 기념하려는 호사가들을 유치해 관광수입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날짜변경선에 가장 가까이 있는 뉴질랜드와 통가가 펄쩍 뛴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시간과 날짜변경선을 관리하는 영국의 왕립관측소가 어느 나라건 스스로 기준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발표,키리바시의 손을 들어줘 논쟁은 간단히 끝나버렸다.

하지만 키리바시가 과연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관광시설이 워낙 뒤져서 지난 1년간 키리바시를 찾은 외국인은 모두 4천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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