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군 해외파병' 말 실수였나 속뜻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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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의 '한.미 연합군 해외 파병 가능성 시사'발언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발언의 정확한 의미를 둘러싼 논란에서 ▶발언이 과연 의도적이었느냐▶사전에 한.미 간에 협의된 내용이냐▶우리 정부가 강경대응을 했다는 게 사실이냐 등 논쟁거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사태의 전말=지난 25일 캠벨 참모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자리에서 "21세기 한.미 연합군은 인도주의적 작전이나 동북아 평화유지 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의 작전 영역도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보도가 나가자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측에서 사실확인에 나섰다. NSC 관계자는 "국방부 측에 캠벨 참모장 발언의 정확한 내용 파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자체 외교경로를 통해 진의 파악에 나섰다. 한 시간쯤 뒤, 한미연합사 명의의 공식 해명자료가 나왔다. "캠벨 참모장의 발언은 미래 한.미 동맹의 가정적인 발전 방향을 예시한 것일 뿐"이란 설명이었다.

정부는 캠벨 참모장의 발언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26일 "한.미 연합군의 역할 확대에 대해 지금까지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는 공식 보도자료까지 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27일 러시아에서 귀국하자마자 기자실에 들러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며 논란에 쐐기를 박고자 했다.

◇실수냐, 의도적이냐=논란의 초점은 캠벨 참모장의 발언이 의도적이었느냐, 아니면 단순한 실수였느냐에 모이고 있다. 정부는 후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분명 말실수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한미연합사 측 관계자도 "간담회의 진짜 취지는 한.미 동맹에 전혀 변함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도된 발언일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가 미국에 강력 항의한 뒤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NSC 측은 "회견 당일 국방부에 발언 내용을 문의한 게 마치 NSC가 직접 미국 정부에 항의한 것처럼 너무 크게 왜곡돼 알려졌다"고 공식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항의니, 불쾌감 표시니 하는 것은 한.미 관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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