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렵’은 많이 들어 봤겠지만 ‘섭력’은 조금 낯설 것이다. 섭(涉)은 ‘건너다, 걸어서 돌아다니다’, 력(歷)은 ‘지내다, 지나가다’란 의미다.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돌아다닌다는 뜻이니 ‘섭력’은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함’을 이르는 말이다. 렵(獵)은 ‘사냥, 사냥하다’란 뜻이다. 사냥을 하려면 짐승을 찾아다녀야 한다. ‘섭렵’은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으로, ‘많은 책을 널리 읽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경험함’을 가리킨다.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한다는 것에 두 단어를 함께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재무관료로 은행, 증권, 보험 등을 섭력하면서 금융 전반에 관한 전문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었다”처럼 경험을 많이 함에는 주로 ‘섭력’을 쓴다. 한편 “그는 웬만한 비즈니스 서적은 거의 다 섭렵했다”처럼 많은 책을 널리 읽는 데에는 ‘섭렵’을 사용한다.
이런 어려운 단어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두루두루 많이 읽다’ 등 쉬운 말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최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