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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전국 현위서기 2000명 대대적 재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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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중앙당교에서 열린 전국 현위서기 학습반 대표 좌담회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재상은 반드시 주부에서 나오고, 맹장은 반드시 병졸에서 뽑는다(宰相必起于州部,猛將必發于卒伍)”
“군현이 다스려지면 천하가 편안하다(郡縣治,則天下安)”

중국의 지방 행정단위의 기본은 현(縣)이다. 전통시대 중앙의 황제가 지방에 직접 임명한 최하위 지방행정관이 현장이었다. 백성을 다스려 기른다는 목민관이다. 현재 현급시, 직할시의 현급구 등을 모두 합쳐 2862개의 현급 행정단위가 있다.

중국 당중앙이 전국의 현급 공산당위원회 서기(현위서기) 2000여명에 대한 대대적인 재교육에 나섰다.

군체성 사건으로 불리는 집단시위가 빈발하고 사회불안요소가 급증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현위서기들의 통치능력과 수준을 빨리 높이지 않으면 중앙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농촌 개혁 정책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처방이다.

17기 3중전회가 폐막하고 곧 당중앙은 중앙당교, 국가행정학원 등 다섯 곳의 간부교육기관에서 “당의 17기 3중전회 정신 학습 관철’을 위한 현위서기 훈련반을 꾸려 전국 현당위서기들의 일차 순환 교육을 진행했다.

11월10일에서 26일까지 2000여명의 현위서기들이 다섯 곳의 국가급 간부훈련학교에서 집중학습을 마쳤다. 대대적인 지방간부 재교육은 각종 언론과 네티즌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 위안스(元氏)현 현위서기 리이정(李義增)은 지난달 17일 그는 전국현위서기 순환교육을 마치자마자 다시 허베이성 당교로부터 ‘성진(城鎭)화 건설 영도간부 연구토론반’ 참가 요청을 받았다. 2일 ‘중국신문주간’과 가진 인터뷰에서 리 서기는 “자기의 업무에 대한 학습을 이렇게 중시한 적이 종래에는 전혀 없었다”면서 ‘학습임무’가 줄을 잇고 있다고 최근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리 서기는 2006년 11월 당 중앙조직부에서 시행한 전국기층간부훈련반 참가 이후 두 번째로 참가한 전국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2006년 교육은 현 서기와 현장이 모두 참가했고 주로 당대회 문건학습과 신농촌건설 추진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현위서기만 참가했고 학습 내용도 중앙 문건 학습뿐만 아니라 경제관리, 기층관리 및 돌발사건 대응 등 실무 관련 내용이 많았다. 11월 한달 동안 리 서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2000여 명의 ‘현관’들이 모두 눈코 뜰새 없이 학습에 여념이 없다.

당 중앙의 요구에 따라 당의 17기 3중전회 정신의 수행을 관철하기 위해 현당위서기 지도자들의 농촌개혁발전의 능력을 제고시킨 것이다. 11월10일부터 20여일 동안 전국 약 2000여명의 현당위서기들이 일차 집중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1월 당중앙은 전국 5000여 현관리를 대상으로 대규모 순회 교육 계획을 완성했다. 곧 당중앙은 현위서기 집중 교육 훈련 시작 15일전에 새로운 ‘중국공산당당교공작조례’를 정식으로 반포했다. 새로 반포된 조례에 따르면 현위서기의 순환교육 임무를 중앙당교로 이관하고 중앙당교의 심사내용을 간부의 임명, 승진의 주요 근거로 삼도록 했다. 류쉬타오(劉旭濤) 국가행정학원교수는 “이번 재교육은 17기3중전회 정신의 실행을 관철하기 위한 임시조치가 아니라 중앙당교의 현위서기에 대해 상설로 제도화된 교육시스템 구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리 서기는 “이번 국가의 장관급 지도자들이 직접 강단에 올라 좋은 현위서기가 되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강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교육에서는 특히 중앙문건을 직접 기초한 필자들과 ‘면대면’ 교류를 했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리 서기가 속한 반은 총 300명이었다. 이를 다시 6개의 작은 반으로 나눴고 이를 몇 개의 소조로 나눠 진행됐다. 교육기간은 7일에 불과했지만 전형적인 ‘소집단 학습’으로 이뤄졌다.

11월 중순에 시작된 학습기간동안 리 서기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학들은 규율적인 학습과정에 참여했다. 매일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교육을 받았고 밤에는 장관급 지도자들과의 좌담회를 가졌다.

리 서기는 “교육과정이 기층에서 업무를 하면서 부딪히는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을 모두 포괄했다”며 “수업내용이 문건학습뿐만 아니라 생태환경건설, 사회안정화, 돌발사건처리 등 현실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모두 중앙과 국가 관련 부처의 주요 지도자였다. 예를 들어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의 강의 주제는 ‘좋은 현위서기가 되는 법’이었고 두잉(杜鷹) 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거시적 형세와 앞으로의 국가경제정책”, 천샤오화(陳曉華) 농업부 부부장은 ‘농촌 토지 전면 청부제의 현상과 개혁’, 쉬샤오스(徐紹史) 국토자원부 부장은 ‘농촌 토지 유통 진행 방법’, 왕치장(王其江) 중앙정법위 부비서장은 ‘현과 사회안정 유지와 돌발사건 대응법’을 주제로 강의했다.

리 서기는 강의를 맡은 지도자들이 모두 17기3중전회 문건을 직접 작성한 사람들이어서 “강의가 간명했고 모르는 부분을 직접 질문할 수도 있어 매우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류쉬타오(劉旭濤) 국가행정학원교수는 “이러한 면대면 교육은 중앙문건의 정신을 현위서기에게 직접 이야기 할 수 있어 아래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기기 쉬운 곡해와 오독을 줄이고 당중앙의 중대 결의를 기층 말단까지 철저히 시행하는데 유리하다”며 이번 교육이 기층간부의 능력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류 교수는 이번 학습은 과거와 달리 수료증이나 교육 완수 후 승진도 없었지만 중앙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업무 수행 능력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이번 교육은 기존의 중앙조직부나 중앙당교조직을 통하지 않고 중앙정치국상임위원회에서 직접 결정해 시행됐다. “중앙에서 중시한 것은 능력의 제고와 실제 효과”였다고 류 교수는 말했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군현을 설치한 이래 현은 중국 지방행정의 기본 단위가 됐다. 2000여년을 흐르면서도 바뀌지 않고 꾸준히 유지됐다. 현의 안정적인 발전은 전체 사회발전의 ‘주춧돌’이 된다. 앞에서 말한 ‘군현이 다스려지면 천하가 편안하다’는 말은 현대 중국 정치의 기본 이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현정의 중요성과 현위서기의 집정능력에 문제가 생겼다. 일부 현위서기의 학습기회와 경험이 부족해 중대한 돌발사건이 발생해도 감히 위로 보고도 하지 않는 현상도 발생했다.

기층현위서기의 능력 부족은 당중앙의 현위서기에 대한 학습을 중시하게끔 만들었다. 11월10일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학습 개막식에서 덩샤오핑의 현위서기에 대한 언급을 인용하며 현위서기들이 학습을 잘하고 대담하게 활동할 것을 격려했다. 리위안차오 중앙조직부장 역시 “현위서기는 당의 정책 집행의 골간이며 당의 현지 인민 군중에 대한 직접적인 대표인물”이라고 말했다.

리루하이(李如海) 중국인민대학공공관리학원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나라를 다스리는 골간 역량’인 현위서기 집단을 중앙이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이번 재교육을 평가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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