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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 개방 30년] ② 먹고 입는 문제 해결한 덩샤오핑 개발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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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어우양원(歐陽文·42) 총경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덩샤오핑(鄧小平)이다.

선전에서 태어나 명문 선전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덩이 개혁·개방을 선언하지 않았고, 경제특구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가난하고 자그마한 어촌마을이던 선전이 지금처럼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연소득이 약 20만 위안(약 4000만원)이라는 그는 가족과 가끔 시내 롄화산(蓮花山) 공원에 세워져 있는 덩의 동상을 찾아간다. 이 동상은 덩의 후계자 장쩌민(江澤民)이 2000년 11월에 세운 것이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마오쩌둥(毛澤東)의 과도한 우상화 폐단을 절감한 덩은 생전에 자신에 대한 우상화를 원치 않았다. 97년 사후엔 유골도 화장해 홍콩 앞바다에 뿌리도록 했다. 이 때문에 그의 동상은 사후 3년 만에 선전에 처음 세워졌다.

덩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78년의 중국공산당 11기 중앙위원회 3차 회의(11기 3중전회) 30주년을 앞두고 13억 중국인의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해준 덩에 대한 중국인의 존경과 추모의 열기가 뜨겁다. 특히 10월 이후 세계금융위기가 중국에도 몰아닥치면서 흔들림 없는 경제성장을 역설한 덩에 대한 인기는 더 달아오르고 있다.

◆덩샤오핑식 개발 독재=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캐나다 언론 보도를 인용해 “마오쩌둥식 통치 모델(1949~76년)이 중국을 지배한 기간보다 덩샤오핑식 통치 모델(77년 이후)의 지배 기간이 더 길어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30년은 덩의 시대였다는 평가다. 30년 전 18일은 덩샤오핑식 개발독재 체제의 출범을 선언한 날이었다. 덩은 경제 건설을 중국의 최상위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개혁·개방을 강력히 추진했다. 정치는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인정하는 사회주의식으로 운영하고, 경제는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독특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이었다.


이후 30년간 중국은 이런 큰 그림에 따라 경제건설에 매진했다. 선전 특구에는 ‘시간은 돈이고 효율은 생명’이라는 대형 구호가 나붙었다. 그러나 경제성장 우선주의 정책은 불만을 낳았고, 89년의 천안문 사태(6월 4일)로 비화했다. 이로 인해 개혁·개방 속도가 주춤해지자 덩은 92년 1월 중국 남부를 순회하면서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역설했다. 그는 “당의 사회주의 건설 기본 노선은 100년간 추호의 동요도 없이 견지하라”고 간부들을 다그쳤다. 덩의 이 말은 그해 10월에 열린 공산당 14기 당대회에서 공식 채택됐고, 개혁·개방은 다시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올 8월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중국은 덩샤오핑식 개발독재 모델이 중국의 현실에 적합한 성공 모델이었음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실제로 경제 건설을 전면에 내세운 덩샤오핑식 개발독재 모델이 30년 간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견인한 원동력이란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거의 없다. 실용적 사고에 입각해 시대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응하려 했던 그의 정치철학이 결국 현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조화사회론’ 등 유연한 통치 방식의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개혁·개방 30년을 기억하라’는 부제가 붙은 대형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사회주의 ‘2.0 버전’ 실험 중=다른 개발독재 성장 모델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에 치중한 중국도 민주와 인권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요즘도 중국의 민주·인권과 종교 자유 제한을 비난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에 소수민족 탄압 중단과 인권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은 최근 서방사회의 비판에 맞서 반박할 것은 적극 맞서면서 자체 민주 개혁과 인권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방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중국식 민주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이 적극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승용차 홀짝제를 계속할지 여부를 놓고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교통요금을 결정하기 전에 청문회를 여는 광경도 벌어졌다.

베이징시 정부는 내년에 주택·교통·식품안전 등 57개 사안에 대해 전자우편과 전화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민의를 중시하려는 중국 정부의 놀라운 변화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간부를 직접 선출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

우선 지방 간부 직선제 진척 속도가 형식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국중앙방송(CC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맘에 드는 사람을 투표로 정할 수는 있지만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것은 아직도 금지돼 있다. 최근 산둥(山東)성 신타이(新泰)시 정부는 행정 처리에 불만을 제기한 주민 18명을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민이 주인인 인민공화국에서 인민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지방정부의 횡포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선전·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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