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마포 고깃집 깜짝 방문 … 소주 건배하며 기업인 격려

중앙일보

입력 2008.12.18 02:18

업데이트 2009.01.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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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저녁 마포의 한 식당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40여 명이 경기도 고양시에서 장애인 봉사활동을 마치고 송년회를 하는 자리였다. 이 모임에 갑자기 나타난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인들과 돼지갈비·된장찌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경제난에 어깨가 처져 있는 중소기업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결정된 행보였다. 이날 방문은 교통 통제나 경찰 경호도 없이 이뤄졌다. 청와대에서도 김인종 경호처장과 김은혜 부대변인, 임재현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 등 극소수만 대동했을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저녁 중소기업중앙회 송년모임이 열린 마포의 한 식당을 찾아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방문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우리 중앙회의 46년 송년회 역사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요즘 중소기업 상황이 어려워 좋은 자리에 모시지 못한 점이 죄송하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밖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저도 오늘이 처음이다. 호텔에서 열렸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올해 고생들 많이 하셨는데 내년에 조금 더 고생을 해야 하니 용기를 갖고 힘내시라고 위로차 왔다”며 “어려운 것은 시한이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미국 시애틀의 한 교포 할머니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며 “내가 지난번 가락시장 방문 때 박부자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드렸다는 뉴스를 보고 ‘이제 목도리가 없을 테니 직접 뜨개질을 해서 보낸다’면서 푸른색 목도리를 소포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그래서 나는 희망을 갖고 있고, 이런 국민들이 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깜짝 방문한 이 대통령에게 중소기업인들은 평소 참았던 얘기들을 쏟아냈다. 한 참석자는 “20년 동안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저 자신도 사업을 접을까 하다가 최근 이 대통령께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은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등급을 2, 3등급 받아도 대출을 해주지 않아 유동성에 큰 악영향이 있다”며 은행 대출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한 벤처업계 대표는 종업원의 과실에 대해 영업주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정부가 완화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중소기업 간부는 ‘줄탁동기(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신경을 써주는 만큼 우리도 더 열심히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만찬에서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중소기업 구호인 ‘9988(국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과 ‘내 힘들다’를 거꾸로 표현한 ‘다들 힘내’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소주를 한 병 가까이 마셨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저녁은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설한 이른바 ‘기업인 핫라인’을 통해 참석 요청을 받고 당초 예정에 없이 갑자기 성사된 것”이라며 “내일부터 시작되는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들과의 오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정말 미세한 부분까지 내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4대 강 정비사업 등 서민대책을 열심히 세우고 있다”고 한 뒤 차상위 계층의 가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날 식탁엔 김칫국이 반찬으로 올랐다. 이 대통령은 “배추 값이 너무 떨어져 청와대가 배추를 직접 사 김치를 담그도록 했다. 그래서 김칫국이 나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승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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