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16일 채형석(48)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회사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이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72) 애경그룹 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이다. 2006년 11월부터 그룹 총괄부회장직을 맡아 왔다. 검찰은 또 설범(50) 대한방직 회장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애경그룹에 공장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채 부회장은 2005년 11월 설 회장에게 “GS건설이 매수하려 하는 대구 달서구 유천동의 공장 부지(부지 7만 9134㎡, 건물 3만 5290㎡)를 애경그룹에 팔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15억원을 건넨 혐의다. 861억원을 들여 부지 매입에 성공한 애경그룹은 고층아파트 1200가구를 건설해 분양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대구시가 해당부지를 준공업지역에서 고층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주거지역으로 도시계획을 변경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채 부회장은 200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애경피에프브이원 등 그룹 계열사의 자금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2005년 12월엔 애경백화점 주차장 부지를 매입해 주상복합상가를 지은 ㈜나인스에비뉴가 350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도록 주선하고 대가로 6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채 부회장은 2005년 11월 횡령한 자금 중 15억원을 협력업체 대표 박모(48·구속)씨를 통해 ㈜나인스에비뉴의 분양업자 장모(46·구속)씨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자금 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자금 세탁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15억원을 날리고 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려 박씨에게 되돌려줬다.
검찰은 채 부회장이 빼돌린 회사 자금이 정·관계 로비를 위한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채 부회장과 대한방직 설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7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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