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 교수의 영어 말하기 A to Z] 자신감 키우려면 목소리 높낮이에 변화를 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영어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표정이 입체적일 뿐 아니라 말소리도 물 흘러가듯 리듬감이 넘쳐 보인다. 혀나 입의 움직임이 한국말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이와 달리 많은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말할 때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고 오물오물 말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영어 말하기를 처음 배울 땐 소리를 내며 크게 읽는 연습을 해야 효과적이다. 일어서면 목소리를 더 크게 하고 굵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교실이나 안방을 목소리로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해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막상 청중에게 주목받으며 영어로 말할 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성격이 내향적인 학생이라면 가족과 친구들이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면 자기 방에서 읽고 안방에서 들리지 않으면 더 크게 말해보라고 격려한다. 영어로 말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목소리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면서 말하는 연습을 해보자. 등장인물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면 어린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목소리 연기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소리의 높낮이만으로도 영어 말하기 연습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화가 난 등장인물은 큰 소리로, 예쁜 공주는 작고 귀엽게, 등장인물과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다르게 내는 연습을 한다. 서론 부분은 평범한 톤으로, 문제가 나타날 땐 큰 목소리로 내용을 강조하면 된다.

영어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문장의 끝을 얼버무리거나 심지어 단어의 끝을 흐리는데 듣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이런 학생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또박또박 말해보는 연습을 시킨다. 어릴 때의 말하기 습관은 오래간다. 때로는 “끝을 흐리지 마세요” “중얼거리지 마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충고해줘야 한다. ‘tongue twister’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재미난 연습자료가 많이 나온다.

말하기 속도를 다르게 하는 것도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연습이다. 한국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특징 중 하나가 모노톤(monotone)으로 밋밋하게 말하는 것이다. 높낮이를 주고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 속도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슬픔, 갈등, 의심나는 상황에선 천천히 말하고 흥분, 긴장, 즐거움, 강조하는 대목에선 빠르게 말하는 연습을 한다. 조금 익숙해지면 높낮이와 속도를 조합해 말하기 연습을 해본다. 긴 침묵도 내용을 전할 때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성격의 초등학생이라면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창의적으로 만드는 목소리 역할극을 추천하고 싶다. 영어 연극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지만 준비도 만만치 않고 학생들도 부담을 많이 느낀다. 엄마나 친구들과 함께 극본을 써서 목소리 역할극을 하면 말하기 학습에 도움이 된다. 적절한 음악도 틀고, 옷을 멋지게 입고 모두 일어서서 역할극을 연습하면 마치 배우가 된 듯한 기분에 빠질 수 있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