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에세이] 프랑스 공산당 살릴 사람 ‘누구 없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산당의 34차 전당대회에서 마리 조르주 뷔페 당수가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모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서 1%대의 득표로 참패했던 뷔페가 다시 대표로 선출된 것은 그만큼 프랑스 공산당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프랑스 공산당은 한때 서유럽에서 가장 힘 있는 좌파 세력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저항했던 레지스탕스 덕분이었다. 레지스탕스의 주축은 공산당이었다. 1981년 프랑스에 첫 좌파 정권이 탄생할 때도 공산당의 지지 기반이 큰 힘이 됐다. 95년 대선 때도 공산당의 로베르 위 후보는 1차 투표에서 8.6%를 얻었다. 당시 1∼2위 후보가 20%를 간신히 넘을 때였다. 90년대 큰 파업 현장에는 공산당이 발행하는 일간지가 곳곳에 뿌려졌다. 그러나 지금 이 신문은 가판대에서 거의 사라졌다.

프랑스 공산당의 몰락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그들은 여전히 조금도 변화하지 않은 ‘골수 좌파’를 자임한다. 지난해 대선 때 뷔페는 부유세 두 배 인상을 주장했다. 큰 부자들이 “부유세가 싫다”며 한 해 200여 명씩 프랑스를 떠나고, 부유세 원조 격인 북유럽이 앞다퉈 폐지를 선언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월의 변화를 읽지 못한 그들의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는 올해 전당대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이번 당대표 선출은 전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자 그들은 궁여지책으로 ‘위조지폐’를 들고 나왔다. 뷔페는 500유로(약 92만원)짜리 가짜 지폐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렸다. 앞면은 500유로였고, 뒷면에는 ‘자본주의 종식’등의 구호를 적었다. 그러자 언론에 몇 줄 기사가 실렸다. 이렇게 해서라도 간신히 호흡을 유지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처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공산당에는 사람만 없는 게 아니라 돈도 없다. 그래서 현금 확보를 위해 당 소유 재산을 잇따라 팔고 있다. ‘공산당 선언’을 집필한 카를 마르크스의 파리 연구소와 레닌의 망명 아파트 등 생생한 공산주의 역사 현장이 최근 팔려나갔다. 프랑스 공산당의 현주소는 정치 세력이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

[J-HOT]

▶ '리먼 파산' 난리때 눈치없이 종부세 건드려

▶ 배우 박광정, 9개월 폐암투병 끝내 숨져

▶ "배삼룡씨,1억3300만원 병원비 내라" 소송

▶ 어제 과음한 당신, 명치 끝이 아프다면 바로…

▶ 길이 60㎝ 넘는데 4만원…너도나도 부산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