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신임 총리 아비싯, 이튼스쿨·옥스퍼드대 졸업한 엘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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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입문 13년 만에 태국 민주당 총재, 그로부터 3년 뒤 총리에 당선된 아비싯 웨짜지와(44)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젊고 ‘포토제닉’한 인상과 귀족적인 이미지를 꼽을 수 있다. 아비싯 총리는 1964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나 명문 이튼 스쿨을 다녔으며 옥스퍼드대 정치·철학·경제학과(PPE)를 졸업했다. 화교인 부모는 둘 다 성공한 엘리트 의사다. 그의 부인은 쭐랄롱꼰대 교수이며 두 여동생은 교수와 유명 작가다. 이런 출신 배경을 바탕으로 아비싯은 20대부터 초고속 성공가도를 달렸다. 화교 출신 태국 부유층의 전폭적 지지도 큰 정치적 기반이 됐다.

92년 태국 역사상 최연소(27세)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아비싯은 부패한 기성 정치 문화와 선을 긋는 ‘클린’ 행보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돈으로 표를 매수하던 일부 정치인의 구태를 비난하며 선거 때마다 정책 대결을 펼쳤다.

지적인 외모와 설득력 있는 언변을 내세워 소득 수준이 안정된 수도 방콕과 남부 지역 중산층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기반을 넓혀 갔다. 결정적인 발판은 2005년 당 총재에 당선되면서 마련됐다.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계의 구 연정 중심당인 ‘국민의 힘(PPP)’이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문을 닫으면서 아비싯은 민주당 주도의 정권교체 주역이 됐다.

◆태국 정국 곳곳 암초=아비싯은 총리 선출 전날인 14일 “총리가 되면 즉각 태국이 처한 경제위기 해소에 나설 것”이라며 “2∼3개월 안에 실추된 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국 정국의 앞날은 암초투성이다.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치인들을 규합해 연정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권력 분점 문제로 갈등이 표출되면 연정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탁신 전 총리의 영향력 아래 있는 옛 여권 지지자들의 공세도 정국 운영에 적잖은 부담이다. 15일 총리 선출 투표를 앞두고 탁신 전 총리 지지자 수백 명과 시위 진압 경찰이 대치했다. 아비싯의 총리 선출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의사당에 물병을 던지고 의원들이 탄 자동차의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거칠게 반발했다.

정치 전문가 수쿰 누안사쿨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라운드에선 민주당이 이겼다. 잠시라도 정국이 조용해지기를 바라는 재계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평화는 금세 끝날 것이다. 이제는 (반탁신 세력의 시위가 끝난 대신) 탁신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급부상 배경에는 군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민심도 풀어야 할 숙제다. 탁신 지지자들은 아비싯이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을 축출한 군부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탁신은 13일 지지자 4만여 명이 모인 방콕 집회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민주당 중심의 연정 합의는 위장 쿠데타”라며 군부와 아비싯의 내통설을 부추겼다.

아비싯은 왕정을 지지하는 화이트칼라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는 받고 있지만 농민·노동자층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계층 통합 문제가 아비싯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아비싯 측은 ‘국민이 맨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국민 무료 의료보험, 최저임금 인상, 무상교육 등 저소득층 복지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 각료들에 한정된 재산공개를 의원까지 확대하는 등 ‘반부패 정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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