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홀로서기가 지방 살리기의 핵심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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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지방 살리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이번 대책은 10·31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이 짙다. 지방의 반발을 의식해 기존의 다양한 지방 발전 대책을 포장하고, 여기에다 42조원을 추가로 얹은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방 발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침체된 지역 경제는 과감한 재정 투자로 살려내야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노루나 다람쥐만 다니는 도로에 헛돈을 살포하는 방식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이제는 지방의 매력을 좇아 기업들이 찾아서 내려갈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실제로 지방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맞춤식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 살리기 대책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14조원을 투입하는 4대강 유역 정비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를 한반도 대운하를 재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대운하의 기초작업이라면 대형 보와 갑문 설치, 한강 교량 재건설, 그리고 조령을 관통하는 터널 파기가 핵심인데 이번 대책에는 이런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 물론 이런 오해는 청와대나 한나라당 일각의 시도 때도 없는 대운하 군불 때기가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투명한 선언만이 쓸데없는 오해를 말끔히 푸는 지름길이다. 그래야 국론 분열과 국력 소모도 막을 수 있다.

오랫동안 지방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것은 사실이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 기업 가운데 해외로 이전한 게 2만2000여 개이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1500개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핵심을 짚는 발언이라고 본다. 이제 수도권의 손발을 묶는다고 지방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국제 경쟁시대에 지방도 자주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더 많은 시·도가 홀로서기에 성공할수록 국가 경쟁력도 올라간다. 우리는 이번 대책이 마지막 지방 대책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