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26>통역사, 회의 분위기까지 조율 … 평생 공부는 기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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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 건축문화재 국제 세미나 ▶화요일 : 프리미엄 마케팅 회의

▶수요일 : 녹색성장 국제포럼·외국 투자설명회 ▶목요일 : 다국적 제약사 임상시험 교육

▶금요일 : 스포츠단체 국제회의 ▶토요일 : 국제 의료 세미나

프리랜서 통역사 임종령(41)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통번역 전문대학원) 교수의

수첩에 빼곡히 적힌 12월 1~6일 일정이다.

그는 “통역 성수기(4~6월, 9~11월)엔 더 바쁘다. 하루에 두 건을 맡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동시통역사인 임종령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가 10일 열린 황해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설명회 통역 부스에서 통역 준비를 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임 교수는 1991년 동시통역사가 됐다. 그가 바빠진 것은 한국이 본격적으로 세계화하면서부터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일이 많아졌다. 97년 외환위기부터는 통역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통역에도 트렌드가 있다. 97년엔 금융과 구조조정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통역을 많이 찾았다. 2000년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2002년 월드컵이 뒤를 이었고 올해의 경우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이 키워드라고 한다. 요즘에는 외국인 이사를 둔 기업이 많아지면서 이사회에서도 통역 서비스를 한다. 그는 “이렇게 통역 업무는 변화가 심하다. 그래서 통역사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통역사에겐 통역 중 벌어졌던 해프닝이 한두 가지 있다. 쉬는 차례에 마이크를 끈 줄 알고 잡담을 나눈 게 중계된 일이 많다. 또 발표자의 감정이 격해지면 통역사도 같이 흥분한 나머지 마이크를 내려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제 협상장에서 격앙된 양측 사이에서 매끄럽게 마무리해 칭찬을 받는 통역사도 있다. 퇴근한 뒤 집에선 다음 날 자료를 읽고 배경지식과 용어를 공부한다. 강의 전날이라면 강의 준비도 해야 한다.

통역사는 국제회의나 방송, 비즈니스 미팅에서 외국어를 우리말로 전달해 주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어떤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어(易) 서로 의사가 통(通)할 수 있게 전달해준다. 통역은 동시통역과 순차통역, 위스퍼 통역 정도로 나눈다. 동시통역은 발표자의 발언과 동시에 통역하는 것이다. 총회·국제회의·세미나 ·포럼에서 동시통역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헤드폰을 통해 동시통역사의 통역을 듣는다. 순차통역은 발표자가 발언한 뒤 통역가가 그 내용을 통역하는 방식이다. 내용의 정확한 전달과 확인이 가능하다. 상담·강연·연설·협상에 많이 쓰인다. 위스퍼 통역은 통역을 필요로 하는 청중의 숫자가 많지 않은 세미나·워크숍·포럼에서 통역가가 동시에 통역 내용을 속삭거려서 진행한다.


◆통역사가 되려면=국가 공인자격증이 없다. 통번역 대학원을 나오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한국외대·이화여대·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에 통번역대학원이 설치됐다. 대학의 외국어 학과를 나오거나 외국 대학 또는 해외 교민이 통역사가 될 수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매년 통번역대학원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아직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 일반 기업이나 국가기관, 관공서, 협회에서 통역사를 찾는다.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다. 현재 60~70명 프리랜서 동시통역사가 활동하고 있다. 통역사 남녀 비율은 보통 3대7 정도다. 남자들은 대부분 취업을 선호한다. 현직 통역사들은 “언어만 잘해서는 통역사로서 힘들다”고 충고한다. 외국어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어 실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또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국제 교류의 영역들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흐름을 좇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기본. 순간적으로 집중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 관리나 체력도 필수적이다.

통역사의 대우는 좋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통역사의 일 년 평균임금은 지난해 기준 4015만원으로 나타났다. 해외 출장 기회가 잦고 특급호텔과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석 대우를 받는다. 최신의 지식을 다양하게 알 수 있고, 유명 인사를 직접 만나는 것도 매력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통역 일을 할 수 있다. 보통 경력을 우대한다. 반면 수입이 일정치 않은 게 흠이다. 통역료는 보름쯤 지난 뒤 받는 게 관례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목에 관한 질병을 달고 다닌다. 통역 중 사적인 일을 절대로 할 수 없다. 심지어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이철재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자료협조 : 인크루트 www.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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