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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속옷’ 중국 여심 훔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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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간셰! 준베이더상핀 두마이완러!(感謝! 準備的商品 都賣完了!: 감사합니다! 준비된 상품이 모두 판매됐습니다!)“

11일 오후 10시45분, 중국 상하이 동방CJ홈쇼핑 스튜디오에선 직원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CJ홈쇼핑의 자체상표(PB) 속옷브랜드 피델리아 1000세트가 중국 첫 판매 방송에서 45분 만에 모두 매진된 것. 방송 뒤에도 500여 통의 예약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이 회사가 중국에 진출한 지 5년 동안 속옷이 매진되긴 이번이 처음. 상하이지사에서 근무하는 박상재 속옷 바이어는 “6개월의 준비가 헛되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CJ홈쇼핑에서 속옷은 연 매출액이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인기 아이템이다. 하지만 동방CJ의 속옷 판매량은 한 방송당 200세트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고전해왔다. 박 바이어는 “시장 경험이 없어 중국 소비자들의 속옷 취향과 사이즈를 종잡을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 회사가 피델리아를 중국에 선보이기로 마음먹은 것은 6월. 본사 강형주 팀장을 필두로 한·중 여섯 명의 속옷 바이어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상하이의 중상류층 30, 40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할 속옷을 선보이기로 했다. 중국 내수 속옷 브랜드는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저가 제품이 위주였다. 디자인을 강조한 외제 브랜드는 직장여성이 사기에도 지나치게 비쌌다. 결국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속옷을 중고가에 내놓자는 전략을 세웠다.

일단 중국 여성들의 속옷에 대한 인식부터 사이즈·취향의 차이까지 조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3000만원을 들여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했다. 특히 30, 40대 여성 고객 30여 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을 이틀 동안 집중 인터뷰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속옷 샘플을 가져다 품평회도 진행했다. 디자인·착용감·사이즈·가격에 대한 의견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조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피델리아 샘플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무늬나 색상이 너무 화려해 평소에 입기 부담스럽다” “옆구리 살을 잡아주는 밴드가 너무 좁아 효과가 적다”…. 보통 브래지어 8가지, 팬티 16가지로 이뤄지는 한국식 구성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도 많았다.

속옷이 패션이라는 개념이 덜한 데다 속옷을 매일 갈아입는 소비자들도 많지 않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기존 판매자료를 모아 속옷 사이즈 통계도 새로 만들었다. 브래지어의 경우 75A와 80A 사이즈가 주로 팔리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75B 사이즈의 판매량이 30%가 넘었다는 것을 감안해 사이즈를 배분했다.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중국 판매용 속옷 세트가 완성된 것은 지난달 중순. 연분홍·연보라색을 바탕으로 잔잔한 꽃무늬 자수를 넣은 디자인을 준비했다. 세트 수를 3세트로 확 줄인 대신 슬립과 패드·세탁망을 사은품으로 넣었다. 브래지어 옆날개와 아래쪽 밴드는 한국 디자인보다 두 배 이상으로 넓혀 보정효과를 높였다. 이렇게 제작된 속옷의 판매가격은 498위안(약 9만9000원). 기존에 팔던 중국산 속옷보다 60% 비싼 가격이었다. 박성재 바이어는 “속옷을 실용적인 개념에서 자기 만족을 위한 사치품의 개념으로 끌어올린 마케팅이 주효했다”며 “디자이너가 만든 속옷이라는 개념이 중국인들에게 새롭게 들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동방CJ는 내년부터 매월 세 차례 이상 피델리아 판매방송을 할 계획이다. 내년엔 피델리아로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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