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파괴병치매>中.전문요양기관 전국에 단 3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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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남3녀의 장남인 金모(44.회사원.전주시반월동)씨는 최근 동생들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3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심한 치매현상을 보이는 아버지(70)를 모시는 방법을 놓고 형제간에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金씨는“어떤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가족들이 모셔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동생들은“아버지를 위해서도 전문 요양시설에 보내드리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동생들은 지난달 15일 金씨 몰래 아버지를 단기 요양기관으로 모셔가버렸다.

무의탁노인만 수용

金씨는“여동생과 아내가 속죄하는 마음에서 1주일에 한두차례씩 그곳을 찾아가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지만 늘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의 어머니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고문을 지낸 이태영(李兌榮.84)박사도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李박사가 치매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95년초.행사에 초대받아 5분이면 끝날 축사를 30분이상 계속한 것이

초기증상이었다.

아들 鄭부총재는“화가 나신줄로만 알았을 뿐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시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가족들도 못 알아보시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 뼈저리게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치매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4~5%인 10여만명이고 이중 가족들만으로는 돌보기 어려운 중증환자는 1만2천여명으로 추산한다.또 2000년엔 65세 노인의 6%,2005년엔 약 7.2%로 증가할 것으로 예

상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노인은 급격히 증가하는데 비해 전문 요양기관은 서울 중계노인복지관.인천시 영락원.경기도파주군 정원종합복지관등 전국에 단 세 곳 뿐으로 수용규모는 모두 합쳐도 6백여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곳은 생활보호 대상자나 무의탁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가족이 있는 치매 노인들이 장기간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은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전문진료기관도 절실

이밖에 치매노인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단기보호와 6개월간의 그룹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송파노인복지관의 경우 현재 단기보호.그룹홈 프로그램에 17명의 노인이 수용돼 있다.6개월 프로그램의 경우 보증금 1백만원에 한달에 1백20

만원을 받고,2주간 단기보호는 하루에 4만5천원이지만 생활보호대상 노인은 무료다. 치매노인만을 전문으로 하는 치료기관의 설립도 시급한 실정.인천 은혜병원과 서울대의대 치매클리닉등 일부 병원에서 치매노인들을 진료하고 있지만 전문 치매

진료기관은 아직 없다.

서울대의대 치매클리닉 이정균(李正均)박사는“전문 치료기관이 없어 치매환자에 대한 치료기구나 과학적인 연구가 크게 낙후된 상태다. 중증 치매환자는 전문요양기관에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치매를 부끄러운 병으로

여기지 말고 따뜻한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제원.최준호 기자〉

<사진설명>

치매노인은 크게 늘고 있지만 전문치료.수용시설은 많이 모자라 가족들을 안타깝게 한다.서울 한 노인복지관 물리치료실에서 치매노인이 치료를 마친 뒤 직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옮겨타고 있다. <박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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