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판매 경쟁 … 육류 소비 ‘붐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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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28면

지난달 27일 미국산 쇠고기의 대형 마트 판매가 시작됐다. 호주산·한우·돼지고기의 할인판매 경쟁이 뜨겁다. 싼값에 고기를 먹게 된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다. 지난달 27일부터 선보인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산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특별 할인전을 펼치면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호주산 쇠고기도 적극적인 할인 행사로 맞섰다.

美 쇠고기 대형 마트 판매 개시 2주일째

美 쇠고기 100g에 1800원대
신세계 이마트는 17일까지 호주산 쇠고기 ‘사랑나눔 감사전’을 연다. 호주산 달링다운 불고기감과 국거리를 100g에 1680원에 판매한다. 등심 스테이크와 냉장 갈비찜은 각각 3980원과 1580원에 판다. 이에 맞서는 미국산 쇠고기 할인판매행사에선 냉동 갈비찜을 950원, 냉동 차돌박이를 1850원에 판다. 한우도 값을 많이 내린 특별행사 상품이 나와 있다. 한우 양지 국거리를 100g에 3800원에 팔기도 한다. 돼지고기도 가만 있을 리 없다. 100g에 2000원대를 육박하는 국내산 돼지 삼겹살은 행사기간에 1280원, 목심은 1180원에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축산물 기획전’을 한다. 호주산뿐 아니라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 및 돼지고기를 최대 40% 싸게 파는 행사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100g에 1980원하는 냉동 미국산 살치살 등이다. 스테이크용으로 많이 쓰이는 냉장 호주산 척롤은 138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찜갈비 가격은 100g에 1280원. 홈플러스의 ‘쇠고기 페스티벌’에서는 원래 3950원(100g)이던 한우 불고기감을 30% 할인한 2780원에 판다. 호주산 냉장본갈비살 구이용은 4980원에서 40% 할인한 2980원에 판매하고 냉장 소 불고기는 1150원에 판다. 이에 대응하는 미국산 냉동 업진살구이용의 가격은 880원, 냉동 본갈비살구이용은 1980원, 갈비찜용은 1280원이다.

한우 판매도 늘어
이처럼 활발한 할인 행사 덕분에 육류 소비는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롯데마트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 동안 쇠고기와 돼지고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40.6% 늘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167t이 팔려 호주산 쇠고기 판매량(72t)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판매가 줄 것으로 예상됐던 돼지고기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23.6% 늘었다. 한우도 6.7% 더 팔렸다.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호주산 쇠고기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16% 줄었다.

이마트의 경우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 첫 주에 호주산은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쳤다. 냉장찜 갈비를 990원에 판매할 정도였다. 덕분에 이 시기 호주산 판매량은 미국산보다 7t가량 앞서는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둘째 주인 12월 4일부터 10일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호주산보다 훨씬 많아져 미국산이 호주산 판매량을 30t 이상 앞섰다. 이 기간 이마트에서 행사를 가장 활발히 펼친 것은 한우다. 덕분에 한우 판매량이 20% 늘었다. 돼지고기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마트 조정아 대리는 “미국·호주산 쇠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는 가격대가 비슷하다 보니 할인 행사를 누가 어떻게 전개하는지에 따라 매출이 좌우된다”며 “미국산을 호주산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대에 판매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한 거부감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부위는 갈비, 주요 소비층은 40, 50대 주부들이다. 롯데마트 정선용 축산팀장은 “수입이 금지된 2003년 이전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던 연령층에서는 별 부담 없이 값싼 미국산을 선택하고, 재구매도 활발하다”며 “하지만 20, 30대 주부들은 아직까지도 구매를 다소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지 소값은 하락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그리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맛있었다. 그 가격에 그 정도 맛이라면 먹을 만하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된 지 2주. 주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마트 양재점에서 만난 김민수(36·서울 대치동)씨는 “호주산보다 훨씬 낫다고들 해서 사먹어 봤는데 아주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한우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박진희(46·서울 도곡동)씨는 “맛있었다. 식구들도 좋아해서 더 사먹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우려했던 한우 소비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활발한 판촉행사 덕분에 소비량은 더 늘어났다. 가격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 조사한 양재 농협하나로클럽의 한우 1++ 등급 100g 판매 가격은 8600원.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된 지 열흘가량 지난 지난 5일 조사에서는 8500원으로 100원이 떨어졌다.

고급 백화점의 한우 가격은 더 오르기도 했다. 강남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1++ 쇠고기 가격이 1만25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1등급 쇠고기는 9100원에서 9900원으로 올랐다.

반면 산지 한우 가격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 3월과 비교하면 산지 수소 가격은 431만원이었으나 지난 10일엔 370만원으로, 암소 가격은 491만원에서 456만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임봉재 팀장은 “한우 산지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으며,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유통가격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는 크게 프라임급과 초이스급으로 나뉘는데 전체의 60% 이상이 초이스급이다. 프라임급은 전체 물량의 3% 미만에 불과하며 가격도 초이스급보다 20% 이상 높다. 국내에 들어온 프라임급은 거의 소진된 상태이며, 대형 마트에서도 극히 일부 점포에서만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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