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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략적 내각제 改憲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가에 내각제 얘기가 갑자기 무성하다.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15대 국회내 내각제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신한국당의 민정.민주계 내부에서도 내각제에 관심을 보이며 야당과 물밑타진이 시작된 것처럼 보도되기도 한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9개월 앞두고 이같은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배경은 간단하다.대통령선거에서 단독으로 집권할 가능성이 적은 정당,혹은 정파가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매개수단으로서 내각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내각제나 대통령제 모두가 나름의 장.단점을 지닌 제도다.따라서 어느 정당이 어떤 제도를 선호하느냐는 각정당과 당원들이 판단할 문제다.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현재의 논의가 내각제 본질에 대한 관심보다는 대선을 앞둔 정략적 편짜기의 수

단에 이용되고 있는 점이다.다시 말하면 제도 본질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선거에서 이기는 전술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지난해 15대 총선때는 내각제 음모를 막기 위해 개헌저지선인 3분의1 의석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그런데 바로 그 당의 金총재는 느닷없이 15대 국회내 개헌론을 꺼냈다.그렇다면 당론이 언제,무슨 절차로 바뀌었는지,그

당은 총재 개인의견이 곧 당론인지 국민은 혼란할 뿐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민정계 일부가 내각제를 선호하고,사정이 어려워진 민주계 일부도 이에 가세한다는 식의 얘기인데 이런 식으로 정파 몇명이 연합하면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얘기인가.

논의 자체도 매우 비현실적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대선전에 개헌을 안 하면 차기 대통령 임기는 당연히 5년인데 이를 중도에 그만두게 하고 개헌을 한다니 새 대통령이 이를 받을리도 없고,설령 받는다면 정략적 결탁으로 국민이 위임한

것을 바꾸겠다는 것인가.

지금 식의 논의는 나라만 혼란스럽게 만든다.진정으로 내각제에 관심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들고 나와 절차를 밟아 국민이 선택케 해야 한다.이를 정치적 꼼수로서 이용하면 국민불신만 증폭시키는 역작용만 커진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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