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UP & DOWN] 주말 극장가 덮친 ‘호주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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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두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휴 잭맨이 주연한 ‘오스트레일리아’가 예매 1위에 올랐다. 광활한 대륙과 제 2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삼은 대하 서사극이다. 상영시간이 2시간 46분에 달한다.감독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바즈 루어만이다. 미국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10대 로맨스물 ‘트와일라잇’이 그 뒤를 차지했다. 호평 속에 지난주 개봉한 국산코미디 ‘과속스캔들’도 순항 중이다.

이후남 기자

■이주의 추천작


이스턴 프라미스(청소년불가) ★★★★
감독: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주연:비고 모르텐슨·나오미 와츠

대중적으로 권할 만한 취향의 영화는 아니다. 예고없이 등장하는 첫 머리의 살인 장면은 눈을 가리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이를 감내할 수 있다면, ‘이스턴 프라미스’는 대단한 관람 체험이 될 영화다. 폭력에 대한 탐구라는 면에서 현대의 영화가 도달한 최전선을 보여준다. 폭력에 내재된 처절한 물리적 본성이 스크린 너머로 생생하게 흘러나와, 그동안 숱한 영화 속 폭력장면을 보며 무뎌진 관객의 감각세포를 각성시킨다. 후반부 대중 목욕탕에서의 격투는 단연 명장면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자신을 습격한 괴한들과 사투를 벌이는 비고 모르텐슨의 연기는 배우의 육체가 그 자체로 열연의 도구라는 것을 증명한다.

영국 런던의 간호사 안나(나오미 와츠)는 아기를 낳다 죽은 10대 매춘부의 가족을 찾아주려다가, 러시아계 마피아조직의 무자비한 실체와 직면하게 된다. 조직의 말단에 합류해 권력의 핵심부를 노리는 야심가 니콜라이(비고 모르텐슨)는 안나에게 호의를 품고 남몰래 도움을 준다. 안나가 속한 선량한 보통 사람들의 세계와 대비를 이루면서, 마피아 조직의 살벌함이 한결 뚜렷이 표현된다. 폭력의 본질과 기원에 대한 탐구라는 점에서 크로넨버그 감독의 전작 ‘폭력의 역사’(2005년)와 짝을 이루는 영화다. 다만 전편의 결말이 지독한 절망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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