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고요를 오래 간직하는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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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무관하게 경건함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런 기분을 한껏 더 만끽하고 싶다면, 그에 맞춰 여행지를 골라보면 어떨까.

오크밸리 교회

■ 리조트 가운데 자리한 ‘오크밸리 교회’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한솔오크밸리. 그 리조트 가운데에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아름다운 교회가 우뚝 서 있다. 오크밸리 내 사우스콘도 옆 언덕에 자리한 이 교회가 바로 오크밸리 교회. 국내 리조트 안에 자리한 유일한 교회다. 유럽의 옛 성을 연상시킬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교회는 사방을 둘러싼 산들과 산자락 아래로 펼쳐진 골프장 그린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리조트 전원교회를 표방하는 오크밸리 교회는 2001년 지어졌다. 옛 고성을 연상시키는 외부 모습과는 달리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돋보이는 내부 공간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노은님이 직접 디자인해 제작했다. 교회를 감싸는 잔디밭 위로는 김수현의 ‘모자상’ 조성묵의 ‘메신저’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산책객들의 눈 또한 즐겁게 한다.

주 3회의 예배가 있는 오크밸리교회는 따로 담임목사를 두지 않고 그때그때 강사목사를 초빙한다. 크리스마스(25일)에도 오전 10시에 기념 예배가 있다. 아름다운 건물과 풍광 덕에 기독교 단체의 행사장으로는 물론 웨딩이나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종종 사용된다.

찾아가는 길=영동고속도로 문막IC-42번 국도 원주 방면-396번 지방도 월송리 방면-오크밸리(033-730-3500, www.oakvalley.co.kr)

풍수원 성당

■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 ‘풍수원’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산골짜기에 자리한 풍수원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앙촌이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용인을 근거지로 한 4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피난처를 찾아 떠돌다 정착한 곳이 지금의 풍수원이다. 이후 1866년 병인박해와 1871년 신미양요를 거치면서 박해를 피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본격적인 신앙촌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는 화전을 일구고 일부는 토기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지내다가 1886년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자 프랑스인 르메르 신부와 함께 초가집 20여 간을 성당 삼아 지냈다. 지금의 성당은 르메르 신부의 후임으로 부임한 정규한 신부가 직접 설계한 것으로 1905년에 착공해 1907년에 준공했다.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굽고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날랐다.

풍수원 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한국 최초의 성당이며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고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강원도 전체와 경기도 일대의 성당은 풍수원 성당에서 분당된 것이다. 지난 1982년에는 강원도 지방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됐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아한 성당은 성당의 높이만큼 자란 고목과 마주하고 있다. 100년 세월이 흘렀지만 그 정갈한 기품만은 잃지 않았다.
매일 오전 10시 미사가 열리는 성당의 내부 또한 단출하면서 정갈하다. 서양식 건물이면서도 동양의 좌식 문화가 고대로 남아 있는 마룻바닥이다. 몸이 불편한 이들만 의자를 이용할 뿐, 처음 지어진 그대로 아직도 방석을 깔고 앉아 미사를 한다. 성당 뒤편에는 풍수원성당보다 5년 늦은 1913년에 준공된 구사제관이 있다. 이 건물은 원형이 남아 있는 벽돌조 사제관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는 유물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풍수원성당에서 순례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은 단연 십자가의 길. 계단을 따라 야트막한 동산을 타고 오르는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의 삶이 새겨진 14개의 비석이 이어진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어 오른 십자가의 길 끝에는 묵주동산이라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널따란 광장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한켠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두 손 곱게 모은 성모상이 나란히 서 있다. 그 앞에선 내 두 손 또한 곱게 모아본다. 내려올 때는 광장 뒤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빙 돌아 내려오면 된다.

찾아가는 길=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를 추천. 서울-양평-6번 국도-횡성-횡성군 경계 지난 후 왼쪽-풍수원성당. 겨울에 눈이 내렸을 경우에는 체인을 꼭 지참해야 한다.(033-342-0035, www.pungsuwon.org)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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