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씨 회사 돈 수백억 미국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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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10일 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이 거액의 회사 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3∼2005년 태광실업의 자금 수백억원을 미국 현지 법인인 ‘태광 아메리카’의 사업 자금으로 가장해 송금한 뒤 이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태광 아메리카는 태광실업이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한 회사다.

검찰은 이 돈이 신발 공장 설립 명목으로 송금됐으나 공장은 지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은 이 돈의 일부를 주식투자에 사용해 투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에 따라 박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국외재산도피·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거짓 명목으로 미국으로 돈을 보낸 사실은 확인됐으나 국내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본이동자유화 규약’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법리를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2005년 벤처회사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가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한 보건의료 정보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당시 이 회사의 대주주였으며, 노건평(66·구속)씨도 이 회사에 10억원을 차명으로 투자한 상태였다.

중수부는 이날 박 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오후 11시 귀가시켰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홍콩 법인을 통해 600억원의 소득을 빼돌려 소득세 200억원을 탈세한 혐의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0억원대의 주식 거래 차익을 얻은 혐의 ▶농협 자회사 휴켐스 인수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11일 박 회장에 대해 탈세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하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잘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탈세 등 일부 혐의는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상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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