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 빅3 구제안 합의…일부 지분 정부에 넘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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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자동차 업체(‘빅3’)에 대한 구제법안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르면 10일 하원에서 구제금융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후 통과되는 대로 상원에 회부할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고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운명은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GM 이사회와 임원진이 왜고너 회장을 적극 보호하고 있지만 의회는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까지 나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벌써 왜고너 회장의 후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내부 인사로는 왜고너 회장의 오른팔인 프리츠 핸더슨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거론된다. 그러나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포춘의 평가다.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가 이뤄지면 이사진 중 상당수가 왜고너 회장과 함께 회사를 떠나 핸더슨 사장은 지지 기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로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CEO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73세다. 노령의 웰치가 보상은 적고 긴장감과 업무 강도는 높은 일자리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가장 유력한 인사는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CEO다. 그러나 곤은 GM만을 맡기보다는 르노-닛산-GM의 삼각 연대 회장이 되기를 원한다는 게 포춘의 해석이다.

미 정부는 빅3를 지원하면서 부분적으로 국유화할 전망이다. 구제법안에는 자동차사가 대출받는 자금의 최소 20%에 상당하는 지분을 정부가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경영진의 보수와 배당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구제금융 사용을 감독하고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회사를 파산시킬 수도 있는 감독관인 ‘자동차 차르’도 두도록 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100억 달러의 단기 대출을 요청한 GM은 상당 지분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 사실상 국유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에 철강산업 파업을 국유화로 막은 이후 미국에서 국유화(nationalization)는 금기된 단어였다. 국유화는 또 미국이 지난 20년간 외쳐온 자본주의 정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란 비판도 만만찮다. 예일대의 제프리 가튼 교수는 “중국을 비난하던 미국이 중국처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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