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어려울 때 빛나는 ‘빚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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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2004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살림을 짓누르자 은행들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 이는 원래 외화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는 대가로 정부가 은행에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도 가계의 대출 부담이 줄면 연체율이 떨어지고, 부실대출도 줄일 수 있어 대출부담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금상환 부담 완화=은행들은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늘려주고 있다. 예컨대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10년짜리 대출을 받았는데 거치기간이 끝날 예정이거나, 이미 끝났다면 거치기간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새로 설정되는 거치기간은 대출기간의 3분의 1 범위 내에서 최장 5년이다. 10년짜리 대출이라면 거치기간은 3년, 15년 이상 대출은 5년간 거치기간을 둘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대출이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이라면 이를 5년 거치 25년 분할 상환 등으로 대출만기를 최장 30년까지 늘리면서 동시에 거치기간도 확대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1년마다 한 번씩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만기를 35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을 나눠서 갚더라도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만기에 한꺼번에 갚아야 할 원금을 총 대출액의 50%에서 60%로 늘렸다. 예컨대 1억원을 빌렸다면 만기에 일시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늘려 매달 갚는 원금을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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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을 일정 기간 나눠 내는 게 아니라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대출의 만기도 연장됐다. 기업은행은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의 최장 만기를 10년에서 11년으로 1년 늘렸다. 대개 3~5년의 만기가 지나면 매년 약정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10년까지 대출기간을 늘릴 수 있었는데 이 기간이 11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 국민은행은 ‘이자 다이어트 상환제’를 도입해 당장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를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거치기간 동안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월 10만원이라면 이를 1만원으로 줄이고, 9만원의 이자는 분할상환 기간 동안 원금과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조만제 부부장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준 반면 대출약정을 바꾸려는 고객들은 크게 늘고 있다”며 “다만 대출만기나 거치기간을 연장하면 당장의 부담은 줄더라도 갚아야 할 돈은 오히려 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상품 변경도 가능=거치기간이 끝나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등의 대출상품 변경이 가능하지만 본래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가계대출 부담완화의 일환으로 상품변경에 따른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고정금리를 변동금리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중순부터 변동금리지만 금리의 최고 상한을 미리 정한 금리상한대출로 전환할 경우에도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또 국민은행은 원금균등, 원리금균등, 분할상환금 사전 지정 등 분할 상환하는 방법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민들의 경우 예전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로 대출을 받았다면 투기지역에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아닌 LTV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또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액 하락으로 대출금 전액을 만기 연장하지 못할 경우 내년부터는 주택금융공사의 부분 보증을 이용해 전체 금액을 만기 연장할 수 있게 된다.

김준현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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