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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무비컬 ‘미녀는…’ &‘라디오 스타’

중앙일보

입력

‘흥행한 원작 영화’는 무비컬(Movical·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의 후광이자 족쇄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한 반면 원작과 끊임없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올 연말 기대작으로 꼽힌 무비컬 ‘미녀는 괴로워’와 ‘라디오 스타’는 원작 영화의 그림자를 어떻게 걷어낼까.

미녀는 괴로워
125kg 뚱녀에서 46kg 미녀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분. 외모를 비관한 강한별(윤공주·바다)이 대대적인 성형을 결심하고 수술대에 오르면 의사 이공학(김성기)과 간호사들이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무대 한편에서는 한상준(송창의) 일행이, 다른 한편에서는 수경(유정민) 일행이 사라진 한별을 찾아헤맨다. 수술대의 한별은 종종 벌떡 일어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눈속임이라도 하듯 어수선한 무대는 수술대를 덮고 있던 녹색천이 걷히면서 반전된다. 붉은 원피스를 입고 수줍게 걸어나오는 한별-. 완벽한 변신이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무대를 위해 동원된 ‘마술’은 기대만큼 극적이진 않다. 군무로 채워진 수술실 상황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긴장감이 부족하다. 배우가 변신하는 데 필요한 시간끌기용이라는 것을 들켜버리고 만 셈이다. 이에 반해 실리콘 소재 마스크와 압축 스펀지로 미모의 여배우들을 뚱녀로 만든 특수분장은 볼거리로 충분하다.‘갇혀버린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로 부담이 되는 특수분장에도 불구하고 한별의 움직임이나 뮤지컬 넘버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감정이 스며든 배우의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스토리는 원작인 영화를 그대로 따른다. 상준과 공학의 비중이 커진 것이 영화와 다르다. 독백같은 넘버 ‘음악은 그래’‘껍데기만 남았어’는 상준에게 노래와 한별이 갖는 의미를보여준다. 성형외과 의사로, 거북도사로 종횡무진하는 공학은 감칠맛 나는 웃음으로 공연 흐름의 강약을 조절한다. 영화 삽입곡으로 인기를 얻은 ‘마리아’ ‘뷰티풀 걸’ ‘별’ 외에‘아빠별 아기별’ ‘너무 환한 빛 속의 그대’ 등의 뮤지컬 넘버도 듣기에 편안하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분주해지는 배우들의 동선, 1막에 비해 밋밋한 2막의 구성은 앞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2009년 2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4만~8만원(주말가 5만~9만원). 문의 02-501-7888

라디오 스타
동강과 영월의 풍광이 빠진 자리를 채운 아기자기한 무대가 정겹다. 꽃집·쌀상회·이발관·다방 간판과 짐을 싣고 지나가는 자전거,구수한 사투리가 강원도의 한 마을에 초대 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기술실과 녹음실로 1·2층으로 나눈 방송국 세트도 효과적이다. 객석을 마주보고 있어 관객이 곧 청취자가 된다. 중계소로나쓰던 방송국 지국을 지키는 지국장(서현철)의 캐릭터도 맞춘 듯 무대에 어울린다. 라디오라는 아날로그 감성과 맞닿는다.
 이야기는 한물간 록 스타 최곤과 그의 그림자같은 매니저 박민수의 끈끈한 정을 그린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최곤과 민수의 영월행을 그린 1막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극은 함축적이지만 등장인물의 감정변화를 놓치진 않는다. 특히 최곤이 유배지로 여겼던 영월에 조금씩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준 1막 엔딩은 인상적이다. 짝사랑 고민을 털어놓는 꽃집의 총각, 고스톱 룰을 가르쳐달라는 할머니들, 숙제를 하다 막힌 초등학생 등 마을 주민과 최곤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장면이 따뜻하다.

2막 ‘최곤 오후의 희망곡 100회 특집 공개방송’이 야외가 아니란 점이 아쉽긴하지만 생동감을 주는 라이브 무대가 또다른 매력이다. 관객이 마을 주민을 대신해 참여하도록 유도한 장치도 이색적이다. 단, 관객의 호응이 적을 경우 썰렁해질 수 밖에 없는 장면이란 점이 부담이다. 영화 삽입곡이기도 한 ‘넌 내게 반했어’를 밴드 ‘이스트 리버(동강)’의 버전으로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속 박중훈-안성기 콤비의 무게감을 살린 김도현-서범석의 안정된 연기도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최곤 역의 김도현(1977년생)이 80년 대말 가수왕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다는 점이 아쉽다. 다시 돌아온 민수와 최곤이 어깨를 나란히 한 엔딩 장면이 긴 여운을 남긴다. 박민수에 정준하, 최곤에 김원준이 더블 캐스팅됐다.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6만~10만원. ※ 문의= 154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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