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식당가 … 동네 인심마저 팍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평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북적이던 이 거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다. 인천 지역 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GM대우 부평공장의 일부 라인이 가동을 중단한 지 1주일여 만의 변화다.

GM대우 부평공장이 있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창천동 일대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월순(50)씨가 8일 저녁 식사시간 에도 손님이 없자 식당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약 132㎡ 규모에 15개의 테이블을 갖추고 있지만 이날 하루 종일 손님은 단 3명뿐이었다. [부평=김태성 기자]


1만3000여 GM대우 근로자 중 1만여 명이 인천에, 그중 4500여 명이 부평구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 서문(청천동)과 남문(갈산동) 일대에 문을 열고 있는 400여 개의 각종 업소들은 GM대우의 형편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준협력업체’로 꼽힌다. 그러나 요즘 음식점마다 찾는 손님이 없어 한숨을 쉬고, 상가 건물의 태권도 도장에서조차 아이들이 떨어져 나간다고 울상이다. 한 대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도미노식 불황의 파장은 이렇게 컸다.

◆식당마다 찬바람=지난해 여름 서문 앞에 순댓국밥집을 연 김모(38)씨는 “서민 메뉴인데도 손님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수지가 맞지 않아 최근 서빙 직원 한 사람을 내보냈다”고 털어놨다. 9월까지만 해도 이 가게는 오전 11시부터 이튿날 아침 7시까지 하루 20시간 문을 열었다. 2교대 근무인 GM대우 직원들이 오후 5시·오전 6시의 퇴근 시간과 점심, 그리고 야식(오후 11시) 시간에 분주히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주인 김씨는 “가을 들어 특근·잔업이 끊어졌다는 소식과 함께 손님도 뚝 끊겼다”며 “퇴근 후 동료끼리 모이는 회식 예약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본사에 일보러 온 김에 한잔씩 하던 협력업체 단골도 사라졌고, 아직 출근하는 근로자도 구내식당만 찾는다고 전했다. 그 옆 샤부샤부집에서는 “조업 중단 초기에는 손님이 절반쯤 줄더니 오늘은 10% 수준”이라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골목 안쪽의 돌솥밥집에서는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지만 “아침부터 1팀 2명만 다녀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정창화(71)씨는 “22일부터 1공장도 멈춘다니 더 걱정”이라며 “동네 인심도 더 팍팍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도 휴업 속출=졸지에 일을 잃은 근로자들은 더 답답해했다. 순댓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던 이모(37)씨는 “일당제 택시 자리라도 알아보기 위해 과거 경험이 있는 동료를 만나러 회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휴업 중에 평균 임금의 70%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잔업과 특근으로 숨을 펴는 게 현장 근로자”라고 했다.

인천 지역에만 50여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도 GM대우를 따라 휴업 대열에 합류했다.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납품하는 C엔지니어링은 80여 명의 전 직원이 15일부터 1월 4일까지 휴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매출이 30% 이하로 떨어져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도 버티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 조환수(60) 대표는 “GM대우의 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 내년 설 이후까지 휴업이 길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상공회의소 민태운 팀장은 “GM대우에서 잔업·특근이 줄기 시작한 지난 가을께부터 협력업체들은 사실상 일감을 잃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기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J-HOT]

▶ 롯데 "화장품 매장 줄여라" vs 샤넬 "그럼 전부 철수해"

▶ 머리 깎고 승복 입고 나타난 막내아들 본 문선명 "……"

▶ 민주당 꼼짝 못하게 하는 '한나라당 한마디'

▶ 한국 공주와 일본 게이샤 느낌! 그녀 당당히 "가슴 수술"

▶ 나이 들면 입지 말아야 할 첫 번째는…

▶ 김연아의 힘! 뉴스 시간도 뒤로 밀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